권성동·장제원의 형제애

입력
2022.07.14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징계로 자리를 비우며 ‘윤핵관’인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과 장제원 의원 사이의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권 직무대행은 6개월 후 대표 복귀가 가능한 직무대행 체제를, 장 의원은 비대위 또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균열이 가시화했다. 장 의원은 10일 윤 대통령과 윤핵관 의원들의 만찬, 11일 의원총회에 불참했고 앞서 8일에는 지지자들인 산악회원 1,100여 명과 함께 모임을 갖고 세를 과시했다.

□ 당사자들은 15일 점심 약속을 공개하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권 직무대행은 14일 기자들에게 “장 의원과 잘 지내고 있다. 언론이 갈등을 몰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 형은 영원한 형인 것처럼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라고도 했다. 6월 초 친윤 의원들이 민들레 모임을 결성할 때 권 직무대행이 제동을 걸자 장 의원이 반발하다가 민들레 불참을 선언하며 “성동이 형과 갈등은 없을 것. 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라고 했는데, 그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 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을 생각하면 갈등을 서둘러 무마하는 행보가 이해는 간다. 민생을 외면한 채 권력다툼에만 여념이 없어 보이는 여당은 분명 문제이고 실망을 자아낸다. 하지만 형제애를 내걸어 갈등과 이견을 수습하는 태도는 씁쓸하다. 우리 사회에선 흔히 의리, 충성심, 형제애가 미덕으로 꼽힌다. 하지만 권력비리로 수차례 수감되면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호하던 ‘장세동식 의리’라면 그것은 조폭의 의리이며, 버려야 할 전근대의 미덕일 뿐이다.

□ 국민의힘이 당대표의 비위 의혹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당 리더십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를 놓고 갈등한다면 낫겠다. 시끄러워도 국민들이 이해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의는 없이 형제애를 내세워 갈등을 부정하는 식이라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형제가 아니어서 징계를 받게 내버려 뒀다는 것인지, 형제니까 싸우지 않고 우리끼리 권력을 나눠 먹겠다는 뜻인지, 국민은 언제까지 패밀리의 정치를 봐야 하는지.

김희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