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이 마을 저 마을을 도는, 생필품을 가득 실은 동석(이병헌 분)의 트럭이 도착하면 동네 할머니들이 반갑게 모여들어 몸뻬 바지, 식료품, 살림살이 등을 산다. 동석은 할머니들 집에 가서 못질도 해주고, 집수리도 도와준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등장한 장면이다. 동석은 방물장수로서 할머니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그들의 크고 작은 삶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동석은 깨닫지 못했지만 사회적 경제 영역 중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사회적 물류'라고 한다.
'라 엑스클루시바'(La Exclusiva)는 농촌 노인들에게 식료품, 의류, 신문·잡지, 유기농 과일과 야채, 컴퓨터와 가전제품 등을 배달해주는 스페인의 사회적 물류 기업이다. 집수리업체, 보험회사, 에너지 협동조합 등과 협력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한다. 배달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노인들에 대한 건강과 복지케어가 함께 일어난다. 고객들의 주당 지출 규모는 평균 40~50유로(5만2,000~6만5,000원) 정도인데, 라 엑스클루시바는 제품 공급자들로부터 약 5%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한편, 고객에게서는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 '사회적 물류'는 이처럼 배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지지 역할에 주목한 사회적 경제의 한 분야이다.
'라 엑스클루시바'는 약 9만 명 정도로, 스페인에서도 인구가 적은 지역에 속하는 소리아(Soria)에서 2014년 첫 사업을 시작하였다. 2017년 즈음에는, 소리아에서만 매일 30여 개 마을 1만 가구에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전국망을 가진 유통업체인 디아(Dia)와 함께 부르고스(Burgos) 지방에 진출하여, 매주 200여 개 마을을 방문하는 등 서비스 제공 지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라 엑스클루시바 클럽'은 지역 주민과 가족, 기업, 소상공인, 농촌 기업, 부동산 개발업체, 공무원, 지역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사회적 물류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라 엑스클루시바'의 사회적 물류 사업의 영향은 농촌지역 고령자에 대한 돌봄 해결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정주 여건이 좋아지면서 타 지역에서의 이주가 늘어났다. 지역을 떠나려던 사람들 중 약 30% 이상이 다시 지역에 남기로 하였고, 은퇴를 맞이한 도시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면서 고향에 정착하는 수가 늘고 있다. 기업들의 경우, 라 엑스클루시바를 통해 공급 채널이 확대되어, 2016년 유통업체 레크레르크(Leclerc)는 40만 유로(약 5억2,500만 원)의 추가 매출을 올리기도 하였다. 이렇듯 사회적 물류 회사가 끼친 영향력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지역 산업 발전으로까지 이어졌다.
'라 엑스클루시바'는 '사회적 물류'를 통한 지역통합돌봄 모델로, 사회적 경제가 어떻게 농촌 지역 고령자 돌봄과 농촌 인구 유입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농촌에 고립된 노인들을 돌보고,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청년들에게는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물류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기를 를 기대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속 동석이 혼자가 아니라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창업해서 여럿이 이런 일을 했다면, 스페인의 '라 엑스클루시바' 못지 않은 사회적 물류 회사를 경영하는 멋진 사회적 기업가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