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親)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승인했다. ‘독립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DPR를 독립국으로 여기는 나라는 러시아와 시리아 두 곳뿐이었는데, 북한이 세 번째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반발하며 곧바로 북한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데니스 푸실린 DPR 정부 수장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이 오늘 DPR를 승인했다”면서 “DPR의 국제적 지위와 국가성이 계속해 강화되고 있다. 우리 외교의 또 하나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돈바스 주민들을 무게 있게 지지해준 북한 국민에 감사하다”며 양측의 활발하고 건설적인 협력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 주재 DPR 대표부도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오늘 (모스크바에서) 올가 마케예바 주러 DPR 대사에게 승인서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DPR가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추가적 조치를 마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도 DPR 승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 역시 기자들에게 “우리는 DPR와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나탈리야 니코노로바 DPR 외무장관은 전날 “모스크바에서 북한 대사와 여러 차례 실무회담을 했다”면서 북한의 DPR 승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LPR와 함께 5월 20일 모스크바에서 북한 대사와 만났고, 양측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과의 단교를 선언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북한의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간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올렉 니콜렌코 외무부 대변인도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는 오늘 북한과 외교적 관계를 끊는다”며 “이는 도네츠크주(州)와 루한스크주에서 러시아가 임시로 점령한 지역의 자칭 ‘독립’을 승인한 결정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DPR와 LPR는 2014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공화국이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사흘 전인 2월 21일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정권을 장악한 시리아도 지난달 말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들의 독립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