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폭행한 뒤 응급조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마포 오피스텔 사건' 가해자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직접 머리를 가격하지 않아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지만, 유족은 "살인죄로 죄목이 변경돼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 강경표 원종찬 정총령)는 13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여자친구 황예진(사망 당시 26세)씨와 말다툼을 하다 몸을 밀쳐 머리를 유리 벽에 부딪치게 하는 등 황씨를 여러 차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의식을 잃은 황씨를 한동안 방치했고, "여자친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혼절했다"며 경찰에 허위 신고까지 했다. 황씨는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주 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황씨 유족은 "이씨는 황씨가 교제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며 "이씨는 인명구조 자격이 있어 황씨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상해치사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다. 법의학 자문과 현장조사를 종합한 결과 살인 의도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올해 1월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신체적으로 연약한 황씨에게 여러 차례 강하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의식을 잃은 황씨를 위해 적절한 구급 조처를 하지 않아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가 황씨를 의도적으로 살해하지 않았고 △평소 황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하지 않았던 사실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이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황씨의 뇌출혈 원인은 이씨의 폭행이 맞다"며 "미필적으로나마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황씨를 사망하게 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고, 항소심에서도 죄책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직접 머리를 가격한 게 아니라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유족은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황씨 어머니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조금만 더 본인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살인죄가 왜 적용돼야 하는지 나온다"며 "재판부와 검사가 사건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살인죄를 적용해주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눈물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