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10명 중 4명은 주변 맛집을 검색할 때, 검색 사이트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보다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에 의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짧은 동영상(숏폼) 열풍을 몰고 온 틱톡이 텍스트보다 시각적 이미지에 익숙한 젊은층의 인터넷 습관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런 분석을 내놓은 건 다름 아닌 세계 최대 검색사이트 기업 구글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프라바카르 라그하반 구글 수석 부사장은 12일(현지시간)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리 연구에 따르면 젊은층의 40%가 점심 먹을 곳을 찾을 때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미국 내 18~24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자체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런 통계를 산출했다.
중국 플랫폼인 틱톡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며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미·중 관계의 경색 상황에서도, 미국은 틱톡의 전체 광고 수익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틱톡의 올해 광고 매출은 120억 달러(약 15조6,600억 원)에 달해, 경쟁 SNS인 트위터와 스냅챗 매출의 총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틱톡 광고 매출이 2024년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마저 따라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틱톡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자 동영상 시장 터줏대감인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은 각각 쇼츠, 릴스, 스포트라이트란 이름으로 틱톡을 모방한 짧은 영상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번에 구글이 제시한 분석을 뜯어보면, 틱톡은 동영상 플랫폼의 수익을 위협하는 차원을 넘어 검색이나 지도 같은 다른 인터넷 서비스의 영역까지 넘보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과거 틱톡(동영상)과 구글맵(위치정보)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개 존재였지만, 젊은층이 위치 검색에서도 틱톡을 이용하면서 갑자기 경쟁자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미국 젊은이들은 식당을 찾을 때도 지도 앱보다는 틱톡을 통해 검색하는데, 이 경우 다른 이용자들이 올린 주변 맛집 관련 동영상으로 맛집의 메뉴와 내부 상태 등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이 가속화함에 따라 검색과 지도 서비스도 이미지와 동영상을 결합한 형태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구글맵의 경우 현재는 종이 지도와 유사한 2차원 지도 위에 이용자의 현재 위치를 파란색 점으로 표시하는 게 기본 설정이다. 구글은 여기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입혀, 이용자가 실제로 지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 중이다. 갈수록 청년층이 '시각적 성격이 강한 정보'를 더 선호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구글은 또 검색 서비스에서도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는 대신 실제 대화하듯 말을 하고 사용자의 말에 따라 정확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자연어 처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