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아픈데 병원에서 진단하면 이상이 없대요”

입력
2022.07.12 19:02
역류성 식도염, 가슴 통증 원인의 40% 차지

#1주일 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주부 윤모 씨는 새벽에 심장이 조이는 듯한 심한 가슴 통증이 나타났다가 두근거리는 증상이 며칠째 반복돼 병원을 찾아 검사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직장인 김모 씨는 퇴근 후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던 중 가슴이 뻐근해지고 심하게 두근거리고 어지러움을 느끼다가 실신해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가게 됐다.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부터 다양한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한 번씩 갑자기 발생하는 가슴 통증을 겪고 일부는 병원을 찾아 진료하고 검사를 받아보지만, 병원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유럽심장저널 등에 따르면 가슴 통증 원인 중 42%는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기 질환이 가장 많고, 허혈성 심혈관 질환 31%, 근골격계 증후군 28%, 심낭염 4%, 폐렴ㆍ늑막염 2%, 대동맥류, 대동맥판 협착증, 대상포진이 각각 1%로 나타났다.

실제 가슴 통증으로 병원 진료를 한 환자 대다수는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거나 신경계 이상이나 심리적인 요인 등 다양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원호연 중앙대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 통증은 가슴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 또는 불편감으로, 원인은 심리적인 이유부터 심혈관계 질환, 폐 질환, 소화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 다양하다”고 했다.

원 교수는 “특히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 검사하면 백신 접종과 관련된 심근염은 매우 드물다”며 “오히려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심리적 원인, 그동안 잘 모르고 지냈던 돌연사를 불어올 수 있는 협심증이나 종양 등 심각한 질환이기에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슴 통증의 대표적인 원인 중 심혈관계 질환에는 허혈성 심혈관 질환(협심증, 급성 심근경색), 심장 근육 이상인 심근증, 심장판막증, 부정맥, 심장 막에 발생하는 심낭 질환, 심부전증, 심장 종양 등이 있다.

협심증은 동맥경화로 인해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 근육에 필요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운동할 때 주로 가슴 통증이 몇 초에서 몇 분 정도 발생했다가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관상동맥이 동맥 경화로 인해 좁아지지 않더라도 위험 인자로 인해 동맥경화반이 파열돼 혈전이 생겨 관상동맥이 막히면 극심한 가슴 통증을 느끼며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급성 심근경색증이 생길 수 있다.

원호연 교수는 “협심증에 의한 가슴 통증은 운동 시 주로 발생하고 가슴 왼쪽이나 중앙에서 뻐근한 통증을 느끼며 턱이나 왼팔을 따라 방사통(放射痛)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원 교수는 “초기에는 운동량이 많아야 가슴 통증이 발생하지만 점차 운동을 적게 해도 가슴 통증이 생기는데 움직이지 않고 안정을 취하면 몇 분 내에 저절로 없어지며, 혈관 확장제를 혀 밑에 넣거나 뿌려주면 빨리 회복된다”고 했다.

심근경색에 의한 가슴 통증은 앉아 있거나 자다가도 갑자기 발생하며 10분 이상 지속된다. 통증이 대부분 극심해서 응급실로 오게 되지만 고령 환자 중에는 진통제나 청심환 등을 복용하고 참다가 결국 심부전이 돼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잠시라도 심한 가슴 통증이 생겼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가슴 통증이 생겨 병원에 가면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 흉부 X선 검사 등으로 질환을 감별하지만 협심증이나 일부 급성 심근경색이어도 심전도 검사에서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운동 부하 검사, 24시간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검사를 따로 받기도 한다.

이런 검사로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면 심도자(카테터)술과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해 심장 질환을 진단한다.

또한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비정상적인 부정맥(不整脈)은 증상이 일시적이거나 자각하기 힘들어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혹은 며칠 간 검사하는 홀터 심전도 검사에서도 진단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면 몸속에 이식해 검사하는 ’이식형 루프 기록계(Implantable Loop RecorderㆍILR)’를 심장 앞부분 피부 밑에 이식해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해 정확히 진단한다.

부정맥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ILR을 이식해 부정맥 여부를 추척 관찰한 결과, 실신 후 ILR 이식을 받은 환자 중 60% 정도에서 부정맥으로 진단해 돌연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가슴 통증 원인의 40% 정도는 역류성 식도염 같은 소화기계 질환으로 발생할 때가 많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점막 염증을 일으키고 식도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가슴 한가운데 명치부터 앞가슴 부위가 타는 듯한 가슴 통증이 생긴다. 특히 식사 후나 바로 누운 자세에서 자주 발생한다.

원호연 교수는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 가운데 대부분은 역류성 식도염일 때가 많다”며 “상세 병력 청취 후 음식물 섭취와 가슴 통증과 관계가 있고 심장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역류성 식도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호흡기 감염이나 폐 혈관에 혈전이 생겨 폐로 혈액공 급이 되지 않는 폐색전증, 폐를 둘러싼 막의 염증이 발생하는 흉막염, 횡격막 염증에 의한 기흉 등이 있으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이 생기며 특히 기침할 때 통증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이 밖에 흉부 근골격계 질환으로 가슴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가슴에 충격으로 늑골절이나 늑연골염 등으로 기침이나 심호흡을 하면 가슴 통증을 느낀다. 이런 가슴 통증은 운동 도중 나타나는 협심증과 달리 운동 중이거나 운동 후, 혹은 자세 변경을 하면 나타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