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시보다 학생부·면접으로 뽑아야

입력
202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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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시는 공정한가? 이를 논하려면 공정성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느냐를 먼저 성찰해 봐야 한다. 공정이란 사회경제적 계층에 관계없이 능력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몇 개 틀리면 어느 대학에 합격이다'와 같이 확실한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면접보다는 객관식을 공정하다고 보고, 정시 확대를 강요한 것이 지난 정권의 일이다.

1995년 수능출제위원으로 한 달간 감옥 같은 생활을 한 것을 돌이켜 보면 수능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의 실제 임무는 정치문제 2문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수들과의 회의를 거듭하였는데, 솔직히 이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오답시비에 걸리지 않느냐'였다. '다음 중 옳지 않은 것은?'이란 문제에 답지를 아무리 만들어봐도 보는 각도에 따라 10% 맞을 수도, 20% 맞을 수도 있는 답지였기 때문이다. 마침내 수능날 해방되어 집에 오면 발뻗고 편히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2주일은 내가 출제한 문제가 오답시비가 걸려 문제가 되는 악몽을 꾸면서 보내야 했다. 이렇게 주관적인 특성을 가진 답지를 가지고 만든 시험문제를 사람들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능으로 어느 계층의 학생이 뽑히는가를 보자. 작년 서울대 정시합격생의 60%가 재수 혹은 삼수생이다. 그런데 요즘 재수는 학생이 혼자하는 것이 아니고, 비싼 학원비를 내는 강남(학원)을 다닌다는 점에서 돈있는 집안의 학생이 유리하다. 출제위원들이 수능문제를 아무리 꼬고 꼬아서 내도, 그 푸는 방법을 학원에서 가르쳐 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들조차도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 이런 시험을 거의 만점을 받아야 정시로 서울대에 들어온다. 이들은 실수 제로의 완벽한 인재인지는 모르지만 창의력 있는 인재라고 할 수는 없다.

전 세계가 경쟁하는 오늘날, '찍기' 선수를 뽑는 것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서울대 입시에서 낙방한 학생이 미국의 명문대에서는 합격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학, 한 과목만 잘하거나, 고교 성적은 나빠도 잠재력이 있으면 뽑는 입시로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교육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서울대 입시개혁이다. 적어도 국립 서울대만이라도 과감한 입시개혁으로 인재를 골라내서, 그 역량을 개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양극화가 심한 오늘날, 비록 부유층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혹은 좋은 학원이 없는 지방에서 자랐지만, 재목이 될 만한 학생을 서울대에서 발굴하는 입시를 해야 한다.

수능점수를 무시하고라도 잠재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면 대한민국의 초중고 교육도 변할 것이다. 고교생활을 잘 나타내는 학생부도 제대로 평가하기만 하면, 고교교육 정상화에 큰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학생부가 고교에 따라, 그리고 교사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이를 데이터로 축적하여 반영하면 된다.

본 고사와 같은 에세이식 필기시험도 도입해볼 만하다. 면접을 좀더 심층적으로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되려면, 면접 등 주관평가를 하는 교수들에 대한 불신을 버려야 한다. 과일가게 상인들이 좋은 과일을 알아보듯이, 많은 학생을 겪어본 교수들은 학생을 보는 눈이 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