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의 또다른 주인공은 한국 테니스 '샛별' 조세혁

입력
2022.07.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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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에 샛별이 떴다. 조세혁(14·남원거점스포츠클럽)이 윔블던 테니스 14세부 남자 단식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조세혁은 10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14세부 남자 단식 결승에서 커렐 오브리엘 은고노에(미국)를 2-0(7-6 6-3)으로 눌렀다.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14세부 남자 단식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윔블던은 그 동안 일반부, 18세 이하 주니어부, 휠체어 부문으로 치러왔는데, 올해 14세 이하 부문을 추가했다. 한국은 윔블던 주니어부문에서 전미라가 1994년 준우승, 정현이 2013년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에 신설된 14세부 남자단식은 세계 상위 랭커 16명이 출전해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 조 1위가 준결승에 오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5번시드였던 조세혁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준결승에 올랐다. 이어 조세혁은 전날 4강에서 1번 시드 이반 이바노프(불가리아)를 2-1(7-6 1-6 11-9)로 따돌렸고, 이날 3번 시드 은고노에까지 꺾어 5전 전승으로 초대 챔피언자리에 올랐다.

우승 직후 조세혁은 “상상만 하던 윔블던에 초청 받게 돼 너무 기뻤는데 우승까지 해 기쁨이 2배”라며 “한 게임 한 게임 고비를 잘 넘겨서 4강, 결승,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너무 기쁘고 한국과 현지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테니스 선수 출신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조세혁은 아버지를 따라 6살 때부터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아버지인 조성규 전북테니스협회 사무국장은 “테니스를 시키면 세계적인 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운동을 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세혁은 테니스 시작 1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조세혁은 해외에서 경험을 쌓으며 기량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조세혁은 큰 키(181㎝)와 단단한 체격 조건, 강력한 포핸드와 서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장점이다.


아시아테니스연맹 주니어 랭킹 1위인 조세혁은 올해 5월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운영하는 14세부 투어링팀에 선발됐을 만큼 세계테니스가 주목하는 유망주 중 하나다. 투어링팀은 ITF가 그랜드슬램 선수 발전 기금을 활용해 전 세계 우수 주니어 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세혁은 “내년에는 (18세 이하) 주니어 그랜드 슬램에 다 뛰어보고, 성인 무대에서 세계 100위 안에 드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일반부 남자 단식 우승은 노박 조코비치(3위·세르비아)가 차지했다. 4회 연속 우승이다.

조코비치는 이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닉 키리오스(40위·호주)에게 3-1(4-6 6-3 6-4 7-6)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취소된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윔블던 남자 단식 4연패를 이룩했다. 윔블던 남자 단식 4연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 정상에 오른 로저 페더러(스위스) 이후 16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조코비치는 2018년부터 윔블던 단식 28연승 행진도 이어가게 됐다. 또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 21번째 우승을 차지, 이 부문 단독 2위가 됐다. 올해 윔블던 4강에서 부상으로 기권한 라파엘 나달(4위·스페인)이 22회로 가장 많고, 페더러는 20회를 기록 중이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만 7차례 우승, 이 부문 최다 기록 보유자인 페더러의 8회를 바짝 추격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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