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도, 여준석도 없지만...추일승 감독 "선수 열정 용광로에 넣어 작품 만들겠다"

입력
2022.07.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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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대표팀 아시아컵 출격
내년 아시안게임 전초전
12일 중국과 B조 예선 첫 경기

“(이)현중이도 없고, (여)준석이도 없고…”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막을 올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나서는 추일승(59)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의 어깨가 유독 무겁다. 한국 농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이현중(22·201㎝)과 여준석(20·203㎝)의 성장 가능성을 국제 무대에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했던 이현중은 발등 부상으로, 필리핀과 평가전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여준석은 미국 무대 도전을 이유로 이번 대표팀에서 빠졌다.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추 감독은 “여준석을 차세대 에이스로 만들어 내년 아시안게임은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도전하고자 했지만 갑작스러운 (미국 진출) 결정으로 대비를 못하게 됐다”며 “(이)현중이 같은 슈터도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의 과제는 아시안게임 때 활용할 자원을 얼마나 발굴하느냐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FIBA 아시아컵은 총 16개 국이 출전해 4개 국씩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대표팀은 B조에서 중국(12일 오후 10시), 대만(14일 오후 5시), 바레인(16일 오후 1시)을 차례로 상대한다. 각 조 1위가 8강에 직행한다. 2, 3위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8강 티켓을 거머쥔다.

이현중과 여준석 외에 프로농구 정상급 가드 김선형(SK), ‘빅맨’ 이승현(KCC) 등도 부상으로 불참하지만 ‘허씨 형제’ 허웅(KCC)과 허훈(상무), 최준용(SK), 라건아(KCC) 등을 중심으로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정상을 노린다. 직전 대회인 2017년에는 3위에 자리했다.

4강 이상을 목표로 잡은 추 감독은 “선수들마다 몸 상태가 안 좋아 훈련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최준용은 발목, 허훈은 귀에 염증이 생겨 어지럼증, 허웅과 라건아는 종아리가 좋지 않아 무리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만은 넘쳤다고 한다. 추 감독은 “유인탁 선수촌장님도 놀랄 정도로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 스스로 야간까지 열심히 운동했다”며 “선수촌장님에게 ‘우리 선수들이 야간에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폐쇄회로(CC)TV로 한번 확인해보시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정도였다”고 했다.

선수들의 넘치는 열정과 의욕에 추 감독은 “이제 선수들의 열정을 용광로에 잘 넣어서 좋은 형태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비롯된 농구 인기가 치솟으면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졌다. 실제 농구계에서 ‘핫’한 허웅, 허훈, 여준석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내 팬들 앞에서 뛰었던 지난달 18일 필리핀과 평가전은 매진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추 감독은 “필리핀전 당시 팬들이 선수단 버스 근처로 몰리고, 매일 연습 때마다 팬들이 보낸 커피차가 오는 등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만큼 농구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 있다는 걸 느꼈다”며 “지금 상황에서 국제대회 성적이 안 나면 ‘배가 불러서’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생겨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대표팀이 B조에서 상대할 팀들은 어디 하나 쉬운 팀이 없다는 평가다. 중국은 핵심 전력인 저우치와 궈아이룬 등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변수가 생겼지만 대체 선수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추 감독은 “대만은 백인 센터(211㎝)가 버티고 있고, 바레인은 용병이 2명이나 합류했다”며 “중국은 내년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대표팀에 힘을 잔뜩 실어주는 분위기다. 대체 선수들은 과거 연령별 대표팀이나 성인 대표팀에서 한국전에 강했던 이들이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두려움은 전혀 없다. 추 감독은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 상위권 팀들을 상대하려면 공격제한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관리 농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상대의 무쇠 같은 몸과도 선수들이 직접 부딪쳐 적응력을 기르고 몸싸움에 대한 두려움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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