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전이 잦은 'HER2 수용체 양성 유방암', 부작용 줄이는 새 치료법 제시

입력
2022.07.11 11:53
'Neo-PATH 임상 연구' 2상 연구 결과
새 치료법 참여 환자 10명 중 6명 완전 관해

유방암 중 재발ㆍ전이가 잦은 ‘HER2 수용체(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 치료법 개발 가능성이 제시됐다.

박연희ㆍ김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정경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안희경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 연구팀이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주관으로 국내 6개 의료기관에서 2019년 5월~2020년 5월 모집한 HER2 수용체 양성 환자 67명(평균 52세)을 대상으로 새 치료법 ‘Neo-PATH’를 적용해 추적 관찰한 ‘Neo-PATH 임상 연구’ 2상 결과다.

유방암 일종인 HER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 정도다. 다른 유방암보다 재발률이 높고 예후도 나쁘다.

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수술에 앞서 세포 독성 항암제(도세탁셀·카보플라틴)와 표적 항암제(트라스트주맙·퍼주투맙)를 섞은 ‘TCHP(탁산ㆍ사이클로포스파미드ㆍ허셉틴ㆍ퍼제타) 병용 요법’이라는 ‘선행 항암 화학 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을 시행한다. 이 선행 항암 화학 요법은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ㆍCR) 비율이 50~60%여서 표준 치료법으로 쓰인다.

하지만 효과가 늘어난 만큼 세포 독성 항암제 독성도 커지는 게 문제였다. 골수세포나 위점막세포 등 정상 분열 세포가 공격을 받아 3등급 이상의 설사가 빈번해 패혈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말초신경병이 자주 발생해 환자가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TCHP 선행 항암 요법을 시행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TCHP 선행 항암 요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각광받는 면역 항암제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기존 치료법에서 세포 독성 항암제의 하나인 카보플라틴을 빼고 대신 면역 항암제 아테졸리주맙을 추가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유방암 크기는 2㎝가 넘었다. 연구 대상자들은 임상적으로 유방암 병기가 2~3기인 유방암 환자들로 선행 항암 요법 대상이다.

이들 환자들은 새 치료법에 따라 3주 간격으로 6차례 걸쳐 선행 항암 요법을 시행한 뒤 암이 진행된 2명을 뺀 나머지 65명이 유방암 절제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세포 독성 항암제 도세탁셀도 빼고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로만 12~14차례 항암 치료를 추가 진행했다.

그 결과, 항암 치료 후 새로운 치료법에 참여한 환자의 61%가 증상이 없는 완전 관해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됐다.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근육통(75%)이 가장 흔했고, 탈모(67%), 발진(64%)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등도 이상으로 치료 부작용이 컸던 호중구 감소증과 열성 호중구감소증 환자는 각각 12%, 5%에 그쳤다. 특히 면역 관련 부작용은 6%로 다른 연구와 비슷한 결과였다.

다만 임상 2상으로 환자 규모가 작은데다 대조군 없이 진행된 게 한계로 지목된 만큼 추가 연구로 근거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생각이다.

박연희 교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표적 항암제 개발 후 환자 예후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재발과 전이가 잦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방암과 싸울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도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임상 종양 분야 국제 학술지인 ‘JAMA Oncology’ 최근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