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차기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이달 말 첫선을 보인다.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식(進水式)을 하고 시험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동급의 미군 이지스함과 맞먹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정조대왕함은 국산 이지스함 최초로 북한 탄도탄 요격 능력을 보유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최첨단 해상전력의 한반도 배치가 머지않았다.
10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신형 이지스구축함 광개토(KDX)-III 배치-II 초도함인 정조대왕함의 진수식이 이달 말 열린다. 광개토-III 배치-II는 2014년부터 2028년까지 총 4조4,196억 원을 투입한 신형 함정 건조사업이다. 기존 광개토-III 배치-I 세종대왕급 구축함에 비해 탄도탄 대응과 대잠수함전 능력이 향상된 함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지스함은 ‘신의 방패’로 불린다. 어떤 공격이든 탐지해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해군은 7,600톤급 세종대왕함, 서애 류성룡함, 율곡 이이함 등 3척의 이지스함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조대왕함(8,200톤급)은 탄도탄 대응 능력을 기존 함정의 2배 이상, 잠수함 탐지 거리는 3배 이상으로 향상시켰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기존 이지스함 3척은 추적 기능만 갖췄지만 정조대왕함은 요격 능력까지 구비할 예정이다. '눈'과 '주먹'을 동시에 장착한 셈이다.
함정에 탑재할 SM-3 미사일은 최신 버전의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요격 가능하다. 또 SM-6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 낙하하는 종말단계에서 요격 능력이 입증된 바 있다. 이외에 5인치 함포, 유도탄, 수직발사 미사일, 어뢰 등의 무장과 다기능 스파이 레이더, 적외선 탐지·추적장비, 전자광학추적장비 등을 장착해 미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함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해군에 인도하는 정조대왕함에 이어 동급 함정 2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조대왕함의 상징성이 각별한 만큼 진수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배에 연결된 밧줄을 손도끼로 끊는 행사다. 태아가 태어날 때 탯줄을 자르듯, 배가 바다로 나가 세상과 만나는 의미를 담았다.
통상 진수식 주빈은 여성이 맡는다. 해군참모총장 부인이 하는 경우가 많다. 군 관계자는 "주빈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역대 정권에서 군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함정의 진수식은 대통령 부인이 주도한 전례가 적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는 1993년 잠수함 최무선함 진수식에서 밧줄을 끊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03년 한국형 구축함 문무대왕함과 2005년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 진수식을 주관했다. 권 여사는 2006년 잠수함 손원일함, 2007년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진수식에도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잠수함 김좌진함 진수식에서 밧줄을 끊었다. 사상 첫 여성 군 통수권자였던 만큼 대통령이 진수선을 바다에 보낸 첫 사례다. 박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시절 유조선 진수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8년 잠수함 안창호함 진수 행사에 참석했으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진수식에서 선박의 밧줄을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