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에 이어 국민의힘을 이끌 선장이 누가 될지에 당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표 궐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표 사고'에 의한 직무대행으로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수습 행보에 나섰다. 당분간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이후 권한대행 체제로 갈지 아니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열지 등을 두고 당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8일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이후 권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 징계와 관련해 "이미 효력이 발생했다"며 "(오는 11일) 최고위는 이 대표 없이 열린다. 당대표 직무대행인 제가 회의를 주재한다"고 여당 대표의 '공백'을 공식화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 징계에 따른 당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없는' 상황에서 차기 당권을 겨냥한 다툼이 가열되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현 상황을 이 대표의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로 규정,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분간 이 대표와 친윤석열(친윤)계 의원 양측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기로 했다.
권 원내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차기 당권 경쟁 구도와 무관치 않다. 이 대표가 당권을 사수하겠다고 버티고 있고, 이 대표의 실각을 기정사실화한 '친윤석열계' 차기 당권주자들의 셈법이 엇갈려 당 내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무엇보다 권 원내대표 자신이 대표적 친윤계 차기 당권주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명분 없는 섣부른 결정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당장 윤석열 정부와 당 지지율이 동반추락하고 있는 상황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장기간 이어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결국은 '당 지도부 체제를 어떻게 정비하느냐'가 당 내분 사태 수습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표가 현재 궐위 상태냐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당장 윤핵관 일부에서는 궐위가 맞다며 새 대표를 선출할 임시 전당대회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당대표 궐위 시 60일 이내에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현행 당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전당대회를 두 번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여당이 민생보다 당권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감수해야 한다. 임시 전대에서 뽑히는 새 대표는 이 대표의 잔여임기만 채우고 물러나야 한다는 점도 한계다. 공천권이 없는 당대표 자리에 누가 도전하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후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하다, 이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가 되는 내년 상반기에 정식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식이다. 이때 뽑힌 당대표는 온전히 임기 2년을 지키게 돼, 총선 공천권도 갖는다.
문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한 정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건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지적이 크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당 혼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라며 "입장이 다른 '친윤계'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를 개정하면 곧바로 임기 2년의 신임 당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차기 총선 공천권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유리해지는 건 김기현 의원, 장제원 의원과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 등이다. 당권을 둘러싼 친윤계 간의 분화가 선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