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경관을 해친다며 문화재청이 건설사들에 내린 공사 중지 명령이 부당하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8일 김포 장릉 인근의 인천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건설한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공사 중지명령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문화재청장 허가 없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를 초과하는 건축물을 지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건설사들이 분양받아 아파트를 건설 중인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02호 김포 장릉 500m 이내에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한다는 게 문화재청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해당 용지가 문화재보호법에서 정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현행법은 보존지역 범위를 문화재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 문화재보호 조례에 따르면, 주거·상업·공업지역 등은 문화재로부터 200m 이내, 녹지·관리·농림지역은 500m 이내를 보호지역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김포 장릉 200m 바깥에 위치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례는 문화재로부터 200m 초과 500m 이내 지역에서도 10m 이상 건축물을 짓는 경우 문화재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검토 주체는 공사 인·허가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으로, 보존지역 범위가 확대된다거나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을 의무가 생긴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아파트가 김포 장릉의 계양산 전망을 가리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문화재청 주장에 대해서도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포 장릉 상태상 관람자 관점인 정자각에서 별다른 조망 침해가 없는 점 △문화재청 훈령상 능·원·묘의 조망 침해를 검토할 때 원거리에 있는 산(김포 장릉의 경우 계양산)의 전망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점 △조선왕릉 중 도시 지역에 위치한 정릉 등의 조망이 고층건물에 가려져 있고 김포 장릉도 이미 훼손된 상태였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문화재 경관이 중대하게 해쳐졌다거나 공사 중단이나 철거로 조망이 회복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처분 당시 이미 골조가 완성된 상태였고 공사 중단으로 원고들(건설사)과 수분양자들이 입을 재산상 손해는 막대한 반면, 공사 중단이나 철거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대광이엔씨·제이에스글로벌·대방건설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 건설사가 검단신도시에 짓는 아파트 44개 동(3,401가구) 중 19개 동의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공사 중지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공사가 재개됐고, 일부 아파트에선 입주도 진행됐다.
3개 건설사 중 대방건설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동일한 취지의 행정소송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달 19일 나온다. 김포 장릉은 조선의 16대 임금인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다. 사적 202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