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본인의 정치생명이 걸린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적극 소명에 나섰다.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점치는 관측이 많음에도 이 대표 측은 "어떠한 징계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윤리위의 선제적 징계를 둘러싼 적절성 논란을 비롯해 징계 시엔 이 대표의 불복과 차기 권력구도 재편 등이 잇따를 수 있어 후유증이 상당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날 오후 7시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대표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의 소명을 들었다. 이 대표가 김 실장에게 성상납 의혹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와, 이로써 당의 명예가 실추됐는지가 쟁점이었다. 김 실장의 경우, 이 대표 의혹 제보자인 장모씨에게 무마 대가로 7억 원의 투자 각서를 써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대표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의 김소연 변호사는 이날 김 대표와 장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담긴 조서를 윤리위에 제출하며 징계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원 8명 앞에서 3시간에 걸쳐 방어 논리를 펼쳤다. 그는 소명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윤리위 질문에 대해 내 관점에서 정확하게 소명했다"며 "오늘 절차를 통해 당의 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출석 직전 눈시울까지 붉히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윤리위 출석을 기다리는 사이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온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됐다"며 "선거기간 목이 상해 스테로이드를 먹었더니 몸이 부어서 왜이렇게 살이 쪘냐는 의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JTBC는 이날 이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윗선' 정치인이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담긴 음성파일 내용을 보도했다.
반면 윤리위 측은 "어떠한 정치적 이해득실 없이 사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윤핵관'에 의해 기획된 징계, 마녀사냥식 징계, 윤리위를 해체할 권한이 당대표에게 있다는 등 발언은 매우 부적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윤리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징계 절차를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등 4가지다. 이 중 경고와 당원권 정지는 이 대표가 이끄는 최고위원회 의결 없이 윤리위 차원에서 의결이 가능하다.
이 대표 측은 징계가 결정될 경우 수위를 막론하고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로 결론이 난다면, 이 대표는 재심 청구는 물론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다툼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갈등 관계인 친윤석열(친윤)계는 윤리위의 '경고' 조치만으로도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징계 심의를 앞두고 6일 이 대표를 겨냥해 '후안무치'란 친윤계 이철규 의원의 비판은 물론 지난 4일부터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반면 이 대표가 청년세대의 입당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징계 시 최근 유입된 20·30세대가 등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물러나면 당의 다양성이 훼손돼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당내에선 경찰 수사 결과도 없이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이를 근거로 윤리위가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징계 결정을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리위 측은 "수사기관 결정에 따라 당원의 윤리강령과 규칙을 판단한다면 윤리위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정이 유보된다고 해도 이 대표와 친윤계 간 골이 깊이 파일 대로 파인 상황에서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이 대표의 당원권이 정지될 경우 당대표 궐위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이 최근 의원모임 등으로 몸풀기에 나선 것도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수순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통령실은 이날 "당내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은 국민이 원하는 것도 아니고 바라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통해 당의 상황과 거리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