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 재정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7일 밝혔다. 유·초·중·고는 학생 수가 줄어든 반면, 대학은 첨단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학력 격차나 돌봄 교육 확대 등 과제를 안고 있는 시도교육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교부금에 들어가는 재정 중 교육세 일부를 활용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특별회계)를 만들어 대학과 평생교육기관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특별회계의 재정은 대학의 교육·연구역량 강화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데 쓰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을 만들고 국가재정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쳐야 해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법이 통과된다면, 내년 대학과 평생교육기관에 지원되는 예산은 '3조6,000억 원+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5조3,000억 원 규모인 교육세 중 누리과정 지원(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에 들어가는 1조7,000억 원을 제외하면 3조6,000억 원이 된다. 여기에 일반회계의 1조~1조9,000억 원, 다른 정부 부처의 인재양성사업 예산 4,000억 원까지 더하면 최대 5조9,000억 원의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유·초·중·고교 교육에만 쓸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79%+교육세 일부)이 2000년 이후 약 4배 증가해 올해 65조1,000억 원이 됐는데, 6~17세의 학령인구는 34% 감소한 점을 들어 개편의 필요성을 꺼냈다. 2018년 기준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초·중등교육은 32% 높았지만, 고등교육은 34% 낮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시도교육감들은 정부가 협의 없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재정당국은 유·초·중·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오늘의 성급한 결정을 재고하고, 논의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보수 교원단체들도 한 목소리로 비판 입장을 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에서 "군병력도 줄고 있는데 국방비도 감축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필요하지만 '동생 과자 뺏어서 형님 주는 식'이 아니라 형님 몫의 과자를 사주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 증설을 위해 정원 기준을 완화하고, 학과 및 계열 간 칸막이를 낮추는 학사구조 유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달 중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비(非)수도권 대학들은 반도체 인력 확대를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제 규제를 풀면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 우려했다.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으로 구성된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이날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은 정부가 표방한 국정과제인 '이제는 지방대학시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총장협의회 연합은 부족한 반도체 인력은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양성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