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부자 전용 세금'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대표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격으로 바꾸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6%인 종부세 최고 세율은 3% 이하로 떨어뜨리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종부세 과세 기준 변경은 부동산시장 상황을 조금 더 보고 내년에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올해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새 정부 출범 후 종부세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추진 시점이 언급된 적은 없었다.
기재부가 이달 말 세법개정안에서 공개할 종부세 개편의 골자는 과세 기준을 주택 가격으로 원상 복귀하는 것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은 2005년 도입 후 줄곧 주택 가격이었다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주택 수를 섞는 식으로 고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주택 수와 무관하게 0.5~2%였던 종부세 세율은 문재인 정부 들어 1주택자 0.6~3.0%, 조정대상지역 2, 3주택자 이상 1.2~6.0%로 크게 강화됐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 차단, 공평 과세 차원에서 다주택자에게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지만 '불합리한 변화'라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서울 강남에 20억 원짜리 한 채를 보유한 집주인보다 지방에 10억 원짜리 두 채를 가진 소유주의 종부세가 더 많았다. 기재부가 예전처럼 주택 수는 고려하지 않고 집값으로만 종부세를 매기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기재부는 또 현재 종부세 세율을 내리되 보수정권 때(0.5~2%)보다는 다소 높게 설정할 방침이다. 종부세 체계를 무작정 되돌리는 것은 피하자는 추 부총리 의중이 반영됐다. 종부세 최고 세율만 보면 현재 6%에서 절반으로 낮추는 안이 거론된다.
기재부는 지난달 초 이미 1주택자 공제액 11억→14억 원 상향(올해 한시적 시행), 공정시장가액비율 100→60% 하향 등을 담은 종부세 1차 개편안을 공개했다. 종부세는 공시가에서 공제액을 뺀 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해 산출하는데, 기재부 발표를 따르면 세금은 크게 줄어든다.
이번 종부세 과세 기준 변경까지 더하면 다주택자 중심으로 세금 부담이 더 완화할 전망이다. 종부세를 덜 내기 위해 다주택을 정리하고 값비싼 '똘똘한 한 채'만 선호하는 현상 역시 누그러질 수 있다. 하지만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면 다주택자 증가로 집값이 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거대 야당을 설득해 종부세법 개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강화했던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 방지 목적을 넘어 '징벌적 과세'였다"며 "종부세가 합리적으로 작동하려면 과세 기준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