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주 김희철 "여자친구와 DVD방 간 얘기를..." 예능캐 탄생 비화

입력
2022.07.06 09:14
데뷔 초 김희철에게 큰 힘 되어준 이수만

가수 이적은 2년 전 김희철과 함께 KBS2 '전교톱10' MC를 맡았을 때 "희철이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희철이의 천재적 예능감과 1990년대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아주 큰 힘이 된다"고 칭찬했다. 선배도 인정한 천재적 예능감의 소유자 김희철은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신들린 입담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김희철에 대한 주변 반응이 처음부터 좋은 것은 아니었다. 김희철이 특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 예능 캐릭터로 자리 잡게 만든 데는 SM엔터테인먼트 수장 이수만의 공이 컸다.

강원도 출신인 김희철은 이국적 외모로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았다. 오디션 관련 일화도 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 길을 헤맨 김희철은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지각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스태프들이 그의 외모를 보자마자 이수만이 좋아할 거라 생각해 오디션 기회를 줬고, 김희철은 남다른 끼와 자신감으로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렇게 슈퍼주니어로 데뷔한 김희철은 그룹의 맏형 라인으로 팀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본업인 음악 활동 외에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가 예능이다. 그는 전문 방송인이나 개그맨들과 있어도 지지 않는 입담과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이다 화법'으로 제작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에서 김희철은 과거를 떠올리며 "내가 23살에 데뷔했다. 방송에 나갔는데 '여자친구도 없었겠네요' 하길래 '있었다. 작년 22살에 처음으로 나이트에서 만난 누나랑 연애했다. DVD방도 가고'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통편집됐다. 김희철은 "방송에 하나도 안 나갔더라. 이제 막 데뷔했는데 그 당시엔 DVD방 이런 얘긴 말도 안 되는 거다. 아마 요즘도 (아이돌들은)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수만 선생님이 예능을 정말 좋아한다. 어느 날 내가 뾰로통해 있는데 '너 왜 그러고 있니?' 묻길래 '나는 내가 스물셋이고 연애를 안 해본 것도 이상하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데, 방송에 나가서 가짜로 해야 되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수만 선생님이 '누가 그러니?' 하더니 회사에 '왜 애가 방송하는데 이상한 말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캐릭터일 수도 있는 건데 못하게 하냐' 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희철은 "난 하지 말라면 더 하니까 그 다음에 나간 게 '야심만만'이었다. 그때 (여자친구와) DVD방 가서 '라이언킹' 보다가 헤어진 얘길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김희철은 과거 SBS '야심만만'에 출연해 "첫 키스를 재작년에 여자친구 사귀었을 때 했다. 그때 DVD방에 갔는데 여자친구가 먼저 뽀뽀를 하는 거다. 데뷔 전이었다. (키스를 할 줄 몰라서) 그냥 침이 묻었으니까 닦았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당시 현장에서 김희철 얘기를 듣던 박진희와 박경림 등 다른 출연자들의 놀란 표정도 웃음을 줬다. 아이돌이 아니라 어느 연예인이어도 쉽지 않은 거침없는 고백이었다. 그때부터 김희철의 예능캐는 꿈틀댔다. 한때는 '별종'이었을지언정 돌직구 화법이 추앙받는 현시대에는 김희철이 예능판을 주름잡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솔직함이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는 이수만의 예견이 적중한 셈이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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