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핵관이 공격" vs 친윤 "절제된 행동을"... 윤리위 앞 갈등 격화

입력
2022.07.05 16:30
친윤 핵심 장제원 "대응할 필요 못 느껴"

오는 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앞두고 여당 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징계 움직임의 배후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있다는 추정을 부정하지 않았고, 친윤(친윤석열)계도 이 대표의 처신을 문제 삼으며 끝모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MBC 라디오에서 "윤리위 징계 절차가 시작된 이후 혁신위에 대한 공격도 그렇고 우크라이나에 간 것도 사적 일정으로 간 것처럼 공격이 들어온다"며 "윤리위와 관계없이 소위 '윤핵관'이라는 세력 쪽에서 들어오는 게 명백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윤리위 뒤에 윤핵관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윤리위가 이러고 있는 김에 우리가 하자'라고 누가 판단할 수도 있다"며 "까마귀가 날았는데 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자신에 대한 공격 배후에 윤핵관이 있다는 말이자, 윤리위의 징계 심의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이후 최고위원회에서의 공개 발언은 생략하면서 로키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선 윤핵관을 겨냥한 발언을 통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친윤계 의원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에 대한 공격 배후에 윤핵관이 있다'는 취지의 이 대표의 말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일축했다. 김정재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향해 "당대표로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조금 더 절제된 행동을 하면 신뢰를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리위 징계 심의를 겨냥한 이 대표의 언행이 대표로서의 '무게감'과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날 최고위원회 '보이콧'을 선언한 배현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겨냥해 "'안 했다. 물의 빚어 송구하다' 이 열 자의 말, 스스로가 확신을 가지고 했다면 간단히 해결됐을 일을 대체 몇 달째인지"라며 "횡설수설로 시간을 흘려보내기에 이번 한 주는 그를 지지했던 많은 이들에게 너무나 아쉽고 또 가혹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해야 할 말만 하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와 친윤계 간 대립 구도가 날로 선명해지면서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함께 민생 챙기기에 집중해야 할 여당이 주도권 다툼으로 실망감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계파 간 당권 줄다리기에 정작 여당이 챙겨야 할 정책은 놓치고 있다. 이래선 윤석열 정부 성과는커녕 2년 후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