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재생에너지... 환경단체들 "수출경쟁력 포기하겠다는 것"

입력
2022.07.06 11:00
2030년 원전 비중 '30% 이상'으로 확대
재생에너지 비중 20%대로 축소 전망...
"원전 폐기물·에너지 자립 문제 심각...
원전 비중 확대, 결코 합리적 방안 아니다"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원자력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함에 따라 환경단체 등 관련 전문가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전 비중 확대는 곧 재생에너지 비중 감소로 이어지기는 만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방향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따르면, 2030년 원전 비중은 기존 23.9%에서 30% 이상으로 늘어난다. 기존 NDC에서 설정한 2030년 총 발전량(612.4TWh(테라와트시))을 그대로 둔 채 원전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부문들을 조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2030년 30.2%로 설정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 비율은 12월 발표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길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너무 이상적 목표를 제시했던 것이라고 겨냥했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 주요국 대비 도전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지만 과학적 증거 기반의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달성 방안은 부족했다"며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입지·수용성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보급하겠다고 한 반면, 안정적 전력 공급 및 탄소 중립 수단으로서의 원전에 대한 역할 고려는 미흡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현실화했는데 우리만 역방향"


환경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기후위기가 벌써 현실화된 시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전 세계적 추세일 뿐 아니라 경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다울 그린피스 정책 전문위원은 "RE100(재생에너지 100%)과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인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건 수출경쟁력을 포기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6.3%로, OECD 평균인 31.6%에 한참 못 미친다.

무엇보다 원전은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해 처리 절차 및 일정, 방식을 규정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이미 폐기물 처리 부지 선정을 놓고 40년 가까이 논란을 겪었지만, 기피시설이다 보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폐기물처리 장소를 선정한다 해도 처분장을 실제 가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 핀란드의 경우 2016년부터 영구처분장 공사를 시작했지만, 내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는 햇빛이나 바람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반면, 원전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 발전연료인 우라늄은 적은 양으로도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요즘 같은 에너지 공급난 속에서 결코 방심할 수 없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건 석탄, 가스뿐 아니라 원전도 마찬가지"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를 얘기하는 건 합리적 방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여건 고려시 원전 비중 확대 불가피" 주장도 나와


다만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발전 상황이나 입지적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은 원전 비중을 높이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선 문재인 정부 때 파괴된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있다. 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번 정권의 원전 정책은 사실 친원전이라기보다 직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산업을 되살리는 차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발전 비용에 대해 얘기가 많은데, 재생에너지는 발전하는 동안 에너지원을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건설 과정에서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에 결코 외부 요인과 무관하다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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