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대' 강병원 "86·친문 극복해 미래로 가는 혁신 깃발 들겠다"

입력
2022.07.05 04:30
4면
[민주당 당대표 주자 인터뷰]
민주, 노선투쟁 매몰된 학생운동 같아
이재명, 국민 앞에 정치적 진로 밝혀야
인물 옹호 계파·배타적 팬덤 극복 과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생) 정치인으로 차기 당대표에 도전장을 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당을 혁신하고 통합해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오랜 주류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생)과 친문재인계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익숙했던 과거와 결별해야 새로운 미래로 가기 위한 혁신의 깃발을 들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이재명 대 97세대' 구도로 흐르는 8월 전당대회에서 젊은 패기를 앞세워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인식을 깨뜨리겠다고 연신 강조했다.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는 이 의원을 겨냥해선 "정치적 진로를 국민 앞에서 명확히 밝히는 것이 지도자의 자세"라고 견제했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왜 지금 민주당에 세대교체가 필요한가.

"세대교체는 하나의 시대정신이다.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었는데도 민주당에선 86그룹이 여전히 공고하지 않나.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를 평가하면서 의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주자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많은 97세대 주자 중에 왜 강병원이어야 하나.

"국민들은 여야가 경쟁하면서 민생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의 모습은 학생운동이 노선투쟁에 매몰돼 세상과 괴리가 커지던 시기와 닮았다. 당시(1994년) 대중운동으로서의 학생운동을 내걸고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선출됐다. 정치 입문 후엔 2016년 총선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경선), 이재오 전 의원(본선) 등과 당당히 겨뤄 당선됐다."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이재명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나.

"97세대가 당을 새롭게 이끌겠다고 나서고 있고, 당내 많은 의원이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명분으로 출마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큰 정치인으로서 성찰하고 주변 의견을 듣는 과정은 좋지만 성찰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오늘 발표된 당대표 주자 적합도 조사(TBS·KSOI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의원이 압도적 선두인데.

"여론조사가 인지도 경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의 지지율(35.7%)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대선 때의 득표율(47.8%)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못 미친 점을 고민해야 한다. 이 의원이야말로 '새 인물이 나와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정당을 만들게끔 에너지를 모아달라. 이를 동력으로 5년 뒤 정권을 가져오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 의원을 향해 검찰이 겨눈 총은 빈 총, 즉 부당한 탄압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의원이 이를 견디는 과정에서 당과 당대표 직을 '방탄'으로 활용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당내 계파와 강성 팬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나.

"정치적 소신이나 정책으로 모이는 당내 계파는 잘못이 아니다. 반면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고, 그 인물을 무조건 옹호하는 계파라면 비판받아야 한다. 팬덤의 경우 정치인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의 경쟁자에게 문자폭탄을 보내거나 인격 모독을 하면서 당내 민주적 의사소통에 개입하려는 팬덤은 문제가 크다. 이것이야말로 '배타적 팬덤'이다."

-강성 팬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팬덤의 긍정적 역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당원 의사를 문자폭탄 같은 방식으로 드러낸다면 일하기 어렵다. 청와대 국민청원처럼 게시판에 일정 수 이상 추천이 달릴 경우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식으로 공론화의 장을 만들겠다."

-연이은 선거 패배를 통해 반성할 문재인 정부의 실책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론이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리해야 했다. 부동산 문제는 보다 시간이 흘러 평가할 문제다. 다만 저금리 기조에서 자산이 부동산에 몰릴 수 있음에도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것은 실책이다. 하지만 이것들도 남북정상회담, 소재·부품·장비 투자 로드맵, 코로나 위기 극복 등의 성과와 함께 평가해야 한다."

박세인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