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첫 내한 일정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이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국가 안보 자산이자 산업 핵심으로 반도체 분야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매년 3,000명 규모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 석·박사급 전문인력이 절실하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촉발된 현재 반도체 품귀 이전에도 산업계에서는 전문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계속됐다. 일부 기업은 대학과 계약학과를 만들어 자체 인력수급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완화해 대학 정원 총량제에 묶여있는 수도권 대학들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분야 학과 입학 정원을 늘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해법이 너무 피상적이다. 대학과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설계, 생산, 조립 등 제조공정에 따라 다양한 분야 인력이 고루 필요하다. 반도체 공정과 전후방 산업 관련 전공에는 전자, 화학, 물리, 재료, 기계공학 등이 있다. 특정 산업을 위한 몇몇 특정 학과를 신설해 정원을 확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일반 학위과정을 새로 만들어 산업계가 원하는 고급 인재가 배출되는 데는 최소 5~10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중·고급단계의 관련 전공 교육을 받은 학위소유자를 재교육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중급인력은 몇 개월의 교육만으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고, 연구·설계인력은 1~2년의 재교육으로 충분히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필요 인력을 이른 시일 안에 양성하자는 목표만을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획기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교육·연구시설과 전문가 부족이다. 새로운 전공보다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불문하고 기존 전공이 설치된 대학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곳에서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단기간에 양성할 수 있는 해법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관련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고 권위자 영입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지원하고, 기업은 학생의 교육비, 인턴십, 생활비 일체를 지원해 과정 수료 후 바로 채용하는 식으로 계약학과를 운영한다면 시간·경제적으로 최적화된 교육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시대에 평면적 틀에 갇혀있는 정부와 교육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다. 고루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을 끌어내는 메타시대에 걸맞은 사고가 교육 분야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