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이송된 환자를 안일하게 치료해 3시간 만에 사망케 한 대학병원 의사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 이진아 판사는 지난달 16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사망 당시 57세)씨는 2016년 6월 18일 0시 35분 경남 거제 대우병원에서 부산대병원으로 응급이송됐다. 대우병원 측은 부산대병원에 경부 CT 영상 등을 첨부하며, '급성후두개염(성대 윗부분에 있는 후두 부분의 감염증) 의심' 소견을 전달했다. 이송 당시 B씨의 체온, 맥박, 심전도는 모두 정상이었다.
B씨 진료는 야간당직 중인 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 A씨가 맡았다. 하지만 A씨는 치료 기록을 검토하고도 기도폐색 등 응급상황 대비책을 세우지 않고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B씨의 후두를 검사했다. A씨는 급성후두개염 진단을 내리고도 B씨를 이비인후과 외래진료실에서 걸어서 5분 이상 걸리는 응급실로 혼자 보냈다.
B씨는 응급실로 이동하던 중 기도가 막혀 호흡이 어려워졌고 끝내 의식을 잃었다.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의사 C씨가 수술을 시도했지만, B씨는 오전 3시 33분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후두개염으로 밝혀졌다.
B씨 유족들은 부산대병원을 상대로 4억 원대 민사소송부터 제기했다. 의료진이 ①B씨가 병원에 이송된 지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뒤늦게 후두를 검사했고 ②검사 당시 기관삽관 또는 기관절개를 하지 않아 후두 상태를 악화시켰고 ③B씨를 혼자 응급실로 이동시켜 사망하게 한 과실이 있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2019년 "의료진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성인은 소아에 비해 급성후두개염으로 기도가 막히는 현상이 드물게 나타나는 점 등을 고려해 병원의 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부산대병원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유족들은 A씨 등 부산대병원 의료진 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A씨에게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의료과실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이 벌어졌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진아 판사는 "A씨는 B씨에 대한 CT 검사 영상 등을 전달받고도 검토를 게을리했다"며 "언제든지 기도가 막힐 수 있는 상황이란 사실을 알고도 응급실에 B씨를 혼자 보내 호흡곤란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게 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을 대리한 김성주 변호사는 "법원이 의사 편을 들어준 의료감정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져 엄중하게 처벌한 사례"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수련의를 혼자 야간당직으로 두는 일부 병원의 관행도 바뀌어야 하고, 법원도 이런 관행을 감경 사유로 참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