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도 맞바꿀' 복어 맛…먹을 수 있는 복어는 21가지

입력
2022.07.04 17:40
20면
[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이재용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소비안전국장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복어가 위험하기에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복어 식용 반대론자였다. 반면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는 "복어 맛을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다"고 칭송했다. 복어는 맛이 훌륭하지만 식용하기는 위험하다는 것을 강하게 역설한 셈이다.

복어는 회ㆍ튀김ㆍ탕 등의 요리로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숙취 해소용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어 경계해야 하는 식품이다.

복어가 가진 강력한 신경 독인 테트로도톡신은 아가미ㆍ간ㆍ내장ㆍ난소 등에 축적돼 있다. 테트로도톡신에 중독되면 운동신경이나 호흡 중추를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복어 독은 독극물인 청산가리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독성을 갖고 있는데, 해독제가 없어 중독되면 콩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될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복어 독 중독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거나 사망에 이른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복어 독 중독 사고의 공통점은 복어 조리 자격증 소지자가 아닌 사람이 조리한 복어를 섭취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참복ㆍ황복ㆍ자주복ㆍ졸복ㆍ까치복 등 21종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인은 식용 복어를 구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양 환경 변화로 식용 가능한 복어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먹을 수 없는 보석밀복과 참복ㆍ자주복의 교잡종도 확인되고 있어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복어는 개체·종류·장기별로 독성이 다르고, 소비자가 독 성분이 많은 간·내장·난소를 구분해 손질하기도 어렵다. 복어 독은 무색ㆍ무취ㆍ무미해 눈으로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죽음과도 맞바꿀 만한 맛을 보려거든 반드시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가 요리한 복어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