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어머니, 사기 당해 극단적 선택" 오은영 박사에 고백·오열

입력
2022.07.01 23:57
트랜스젠더 풍자,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출연
동생 두 명 키우며 보낸 10대 시절 고백

6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풍자가 가슴 아픈 어린 시절에 대해 고백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1일 오후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트랜스젠더 유튜버 풍자가 출연해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고관절 뼈를 잘라내 인공 관절을 넣는 대수술을 하고도 마취에서 깨자마자 라이브 방송을 켰다고 고백했다.

오은영 박사는 일하느라 골반염 치료를 미루다 고관절 괴사로 이어져 하반신 불구 위기까지 겪은 풍자를 일 중독이라 분석했다. 풍자는 인공관절 수술과 성전환 수술을 받으면서도 무통주사를 맞지 않았다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헤롱헤롱 한다는 게 싫었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일에 대한 답장을 다 보냈다"고 말했다.

또한 풍자는 "저는 커밍아웃을 세 번 했다. 첫 번째는 아웃팅을 당했는데, 저희 아버지도 그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다. 두 번째 커밍아웃에서는 너무 많이 우셨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어머니의 부재로 네가 집에서 엄마 역할을 하다 보니 병이 생겼나 보다' 하셨다. 세 번째 때는 심각성을 아시더라"면서 결국 집에서 도망을 치게 됐다고 밝혔다.

풍자는 이후 상황에 대해 "정말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아빠가 우시더라. 된장찌개에 밥해줄 테니까 집으로 오라는 딱 한마디였다. 그러고 온 가족이 모였는데 시간이 많이 흐른 뒤라 서로 못 알아봤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풍자에 따르면 아버지는 큰 아들이 죽은 것 같다고, 이 상황을 못 받아들이겠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버지는 딸로서 받아들이긴 참 어려우실 것 같다"며 "부모의 사랑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딸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연락 오면 전화하고 식사 같이 하는 것 자체가 너를 내 자식으로서 사랑한다는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위로했다.

어린 시절 풍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동생 둘을 홀로 돌봐야 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일을 했고, 너무나 힘든 생활 탓에 막내가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였다고. 오은영 박사는 "어머니는 어떻게 돌아가셨냐"며 조심스레 물었고, 풍자는 "저희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사기를 당해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병원에서 더 이상 해드릴 게 없다고 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집에 돌아가셔서 가족분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제일일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동생들을 동네 교회 목사님에게 맡기고 제가 혼자서 간호를 했다"고 고백했다. 풍자는 자신이 잠을 자고 있을 때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며 잠을 안 잤더라면 그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했다.

오은영 박사는 풍자를 너무 가엾어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한 번도 뵈러 간 적이 없다는 풍자에게 "마음의 준비가 되시면 뵈러 가라. 어떤 모습이어도 어머니는 자식으로서 굉장히 반가워하실 것이다. 보고 싶어 하실 것"이라고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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