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12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출범한 지 7개월. 당초 올해 4월까지 운영키로 했던 위원회는 개 식용 산업 종사자와 동물보호단체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2개월 연장에 이어 지난달 29일 또다시 연장됐다. 이번에는 기한조차 두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난 5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 식용을 안 한다는 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고 말해 개 식용 종식 논의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위원회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일부 언론에서 '재연장 유력', '논의 헛바퀴' 등의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종식 시기와 전업 지원 여부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종식 시기를 놓고 육견협회는 앞으로 15년, 동물단체는 8년을 제시했다', '특정단체 대표가 바뀌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합의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회의 내용뿐 아니라 정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개 식용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조차 비공개로 한다는 농식품부의 설명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개가 제외된 1978년 이후 44년을 끌어온 개 식용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위원회가 출범한 지 7개월이나 지났는데 아무 진척도, 결론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제대로 중재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 식용 종식 여부가 아니라 지금도 불법으로 자행되고 있는 개 식용을 얼마나 빨리 종식시킬지를 논의해야 함에도 정부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 식용은 이미 현행법상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목록을 고시한 '식품공전'에 개고기는 포함돼 있지 않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식품공전에 없는 재료로 만든 음식은 단속해야 함에도 식약처는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개고기는 단속하지 않고 있다. 또 개농장은 동물보호법, 가축분뇨법 등 각종 현행법을 위반하며 운영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실태조사나 처벌은커녕 이를 방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0명 중 1명에 그쳤다. 정부가 개 식용 종식 결론을 미루는 이유로 드는 여론도 개 식용 금지 법제화를 지지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그토록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가 육견협회의 '동의' 내지 '허락'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위원회는 앞으로도 공전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이미 다른 나라는 개 식용 금지 법제화에 나섰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 따르면, 개고기를 먹지 않는 미국, 호주조차 개와 고양이 식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개 식용이나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사회적 합의를 방패 삼지 말고 개 식용 종식 실행을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