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참석 등 3박 5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 윤석열 대통령이 꼽은 가장 의미 있는 일정은 "한미일 정상회담"이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중국과 관련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게 아닌 보편 가치와 규범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일 귀국길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다자회의에서 참석 국가 정상들과 다양한 양국 현안들도 논의하고 이번 순방이 유익한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 총 16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한 윤 대통령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은 한미일 정상회담이었다. 4년 9개월 만에 성사된 회담을 통해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한 3각 공조를 재확인했고, 경색된 한일관계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 점에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로부터 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청취한 것이 두 번째"라며 "그리고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의도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반발하고 있는 중국을 향해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동안 우리 외교가 특정 국가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쪽으로 치우쳐왔다”며 “국내 문제든 국제 문제든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등 나토 정상회의에 반발하는 나라들도 세계질서 속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의 가치를 지키는 국가와는 언제든 연대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어떤 사람으로 예를 들어볼 때, 규범에 반하고 가치를 위반했다고 그 사람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건 아니다”면서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4차례 이상 만남을 가진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양국 미래 발전 방안’을 동시에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투트랙' 접근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 진전이 없으면 현안과 미래의 문제도 논의할 수 없다는 그런 사고방식은 지양돼야 한다”며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 과거사 문제도 충분히 풀려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 대응 태도에 강경하게 대응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국가들 모두 북핵 문제에 강경 대응을 요구했다고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언급한 주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핵”이라며 “실제 회의장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대단히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고 한반도의 엄중한 긴장 관리가 필요하다는 각국 정상들의 입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대응을 위해 상당기간 동안 중단되었던 군사·안보 협력이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에 합치를 봤다”면서 “세부적인 것은 3국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또 안보실 관계자들의 논의로 진전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기간 ‘세일즈 외교’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각국 정상과 회담을 할 때마다 “한국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가장 안전하고, 그리고 가장 신속하게 빠른 시일 내에 시공을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여러분들이 아마 참모들에게 보고를 받게 되면, 대한민국의 제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하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