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추천한 책 '짱깨주의의 탄생'(보리 발행)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보문고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6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역사·문화 분야 1위에 올랐고, 온라인 서점 예스24 역사 분야에서 6월 셋째 주 주간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4월 출간 후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100위권 밖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역주행'이라 할 만하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책은 '짱깨'라는 용어가 한국에 등장한 시기와 개념, 역사성을 설명하면서 최근 국내 중국 담론에서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북공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부터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논란까지 '중국은 이래서 반발했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중국 옹호론자'라는 평을 들으며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문 전 대통령조차 "책 추천이 내용에 대한 동의나 지지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을 정도다.
한데 저자인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이런 반응을 "의도했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진짜 속내를 알아야 한국이 중국을 판단하는 데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본 한국의 중국담론 문제는 무엇일까. 그는 왜 수십 년 '옹호론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 입장을 줄기차게 설명하는 걸까. 갓 첫발을 뗀 윤석열 정부의 외교행보에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일까. 윤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이 갖고 올 파장은 무엇일까.
지난달 29일 서울 월계동 광운대에서 만난 김 교수는 "중국이 칭송할 국가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이 완벽한 국가라는 게 아니라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기존 보수정부들이 추진한 실용노선을 계승했으면 좋겠다.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하겠다고 선언하기보다 실질적인 디커플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간이 이른바 '문프셀러(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베스트셀러)'로 주목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저는 전혀 정치적 활동을 한 적이 없다. 민주당과 관련 있는 행동을 한 적도 없고. 이 책 내기 전에 문 전 대통령이 저를 아실 리가 없었을 거다. 동북아평화체제 문제를 책의 화두에 둔 걸 (문 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이 책의 기본 논점은 지난 30년 동안 갖고 있던 거다. 짧게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전후체제 틀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 시기가 올 텐데 우리 미래를 고민하는 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인터뷰하는 오늘(29일),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에서 대(對)유럽 경제외교 본격화를 선언했다. 나토는 전략 개념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구조적 도전'을 언급하며 견제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나토에 가서 보이는 정치적 행위를 보면, 걱정스러운 게 몇 가지 있다. 유럽에는 나토가 있는 반면 유럽연합(EU)도 있다. 그 둘은 굉장히 상호갈등적인데, 최근 나토가 EU보다 더 발언권을 얻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러시아의 침공 때문이다. 그게 정리되고 나면 여전히 유럽은 (나토 중심의) 정치적 적대적 대결 정치보다는 (EU 중심의) 통합적인, 경제적 논의를 끌고 갈 거라고 본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군사적‧적대적 진영체제적인 나토부터 가는 게 국익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토 가서 (경제외교)하겠다는 게 두 가지인데, 원전과 방산산업 수출이다. 이 두 가지가 과연 반도체의 뒤를 이을 한국의 미래산업이 될까? 반도체 이후 먹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건 맞는데, 저는 방향설정을 잘못하고 있다고 본다. 두 산업을 유럽에 수출한다고 해도 유럽은 중국 공급망의 대안이 전혀 될 수가 없다. 우리가 원자재, 중간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데 그게 유럽으로부터 수입될 수가 없고 수입된다고 해도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가서 미국과 똑같은, 물가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나토에 가서 경제외교를 한다고 해도, 대통령실이 왜 쓸데없이 수사를 붙이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대통령은 '인사나 하러 가는 거'라고 했는데, 정책입안자들은 굳이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우리는 중국과 탈동조화(디커플링)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신냉전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전략적 판단일 수 있지 않을까. 일본도 나토 정상회담에 참가했다.
"일본은 그럴 이유가 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군대를 가지고자 한다. 나토와 협력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해 대응해주면 미국이 일본이 군대를 가지게 해줄 수 있는, 그들이 말하는 정상국가를 만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설령 중국과 글로벌체인에서 디커플링을 하더라도 버텨낼 수 있다. 지금 러시아가 미국 디커플링에서 버텨낼 힘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에 비해 대외무역 의존도가 3배 정도 높다. 미국,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적대정치에 우리가 들어가서 얻을 게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중국과 (미국이) 만약 국지전이 일어나면 우린 남의 전쟁에 개입해야 된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에 한덕수 총리는 '중국과 저희의 분업체계는 상당히 원숙한 정도로 왔고,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중국을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게 사드 설치할 때도 한국의 주류의 논리가 '중국도 우리와 이해관계가 있어서 보복의 가능성이 없다'였다. '한국이 약한 고리이기 때문에 한국을 때린다'고 도덕적으로 중국을 비난할 수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국가가 중국이 원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떤 형태로든 적극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미국 편에 완전히 서서 경제도 중국과 디커플링하겠다고 나서면 중국도 거기 맞는 적대적 진영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저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 언론에서 나오는 발언을 보면 굉장히 세어졌다. 윤석열 정부 초기와 전혀 달라졌다."
-정권이 바뀌어도 외교 분야에서는 이어지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 대중외교의 기조는 뭔가.
"골간은 노태우 정부 이후 두 가지다. 하나는 실용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적 체제 구축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다. 중국도 한국이 안보를 미국과 도모하는 건 동맹국이니 인정한다, 대신 경제는 우리와 협력하자는 데에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실용적으로 그런 태도를 취했다가 말기에 사드 설치하면서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로 훼손된 실용노선을 복구했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대중노선이) 확정된 건 아닌 거 같다. 선거 때는 사드 설치하겠다, 쿼드 가입하겠다고 했는데 안 하고 있는데, 굉장히 잘하고 있는 거다. 얻는 것보다 실이 훨씬 많은 정책이다. 우려스러운 건 두 가지다. 첫째 이 정부가 외교노선에서 실용노선을 취하고 있는 건가, 굉장히 이념적으로 가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 두 번째 전후체제가 다자주의로 가느냐, 신냉전으로 가느냐 갈림길에서 윤석열 정부는 신냉전체제로 가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기운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선택을 할 경우 안정적 체제가 무너진다."
-책에는 문재인 정부의 대중외교를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친중외교'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친중 스탠스로 보이는 이유는 이전에 (사드배치로) 망가진 (대중 관계를) 실용적으로 옮기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동북아평화체제 구축노력에 대한 보수진영의 거부감이다. 이게 기존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스탠스다. 그때는 안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목표였다면, 문재인 정부는 좀 더 안정적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다, 그런 점에서는 노무현 정부와 유사성이 있는 셈이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와도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저는 본다."
짱깨. 중국(인)을 멸시하는 대표적 혐오 표현이다. 송나라 시절 환전상이 돈을 넣어둔 손금고 '짱꿰(掌櫃·장궤)'가 어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선 중국음식점을 속되게 일컫는 말로 쓰이다가 중국을 비하하는 뜻이 확대됐다. 김 교수는 "미중(美中) 충돌 시기 한국의 안보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서구의 '차이나포비아'나 '중국 때리기' 개념과 구별해 '짱깨주의'라고 이름 지었다. 짱깨주의는 "서구의 인종주의가 지니는 혐오를 그대로 품고 있고", "그 밑바닥에는 20세기 전후(戰後)체제의 위기와 미국의 신냉전 회귀의 기획이 숨어"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의 동북공정,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 문재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짱깨주의가 더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짱깨주의가 생긴 직접 계기로 동북공정을 들고 있다. 동북공정을 '양국의 역사가들이 논의할 수 있는 논쟁을 정치화시킨 문제'라고 평가하나.
"저는 그렇게 본다. 물론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당시 국내 주류학자들은 북한이 붕괴되고 나면 중국이 북한을 장악하려는 일련의 정지작업이 동북공정이라고 판단했다. 지나친 기우였다. 중국이 (북한을) 자기 영토에 편입하는 건 의도도 없을 뿐 아니라 편입해 관리할 힘도 없다. 중국이 러시아처럼 부동항이 없는 것도 아니고 (북한 편입으로) 생기는 이익도 없다. 중국은 북한이란 완충지대가 있는 걸 만족스럽게 여기는데 굳이 점령해서 미국, 한국과 적대 진영을 만들까. (중국의 팽창을 우려하지만) 중국은 지금 이 상태가 제일 좋다. 지난 30년 동안 경제성장도 했고, 국내 문제가 워낙 복잡다단해서 (영토를) 확대해서 끌고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동북공정 논란 당시) 너무 민족적 분위기가 강해서 중국의 의도를 확대해석하거나 과장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했다. 고구려사가 실제로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학자들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드는 국내에서도 찬반양론이 나눠졌다. 중국의 반발과 경제조치도 그들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안보를 위해, 북한을 겨냥한 군사 조치는 당시 필요하지 않았을까. 통수권자가 사드 배치 결정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보나?
"그때나 지금이나 한반도 사드 배치는 미국의 신냉전 전략에 편입하는 것이고, 그래서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19세기 말, 1970년대였다면 배치할 수밖에 없고, 할 거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한데 지금은 한국이 '노(No)'라고 말할 수 있다. 사드 배치에 관해 중국이 받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드를 추가로 설치한다면 중국은 분명 '이제 한국은 미국의 신냉전 전략으로 갔다'고 판단한다. 경제적 타격, 미래 전략의 관점에서 보수 진보를 떠나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다. 노라고 한다면, 예스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시뮬레이션해보고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상대주의를 너그럽게 적용한 게 아닌가 싶다.
"제 책에 대해 진보‧보수가 공히 비판하는 게 너무 중국의 입장을 옹호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제가 의도한 것이기도 하고. 도덕적 판단을 떠나서 '중국의 진짜 의도는 이거야. 맘대로 의도를 읽지 마'라고 말하고 싶었다. 주류 (중국전문가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중국이 문제'라는 거다. 한데 이런 측면도 있다는 얘기를 해야 한국이 중국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존경받는 학자, 전문가 평가를 받으려고 했다면 책 제목부터 이렇게 안 썼다.
중국 모델론(중국이 세계에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지금 미국의 봉쇄정책에서 버티는 게 최우선 국가과제인 나라다. 중국의 당 체제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지적하는 수많은 문제에도 G2로 끌어올린 효율성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제가 당 체제를 칭송하는 건 아니다. (국내 학자들이) 너무 많이 문제를 지적했으니까 효율성도 말해야 G2로 부상한 과정을 이해할 거 아닌가. 학자로서 저의 역할을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주류의 중국 담론을 끌고 가는 데 있어서 '이런 점 좀 봐줄래?'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책은 다자주의적 정치질서에서 '중국의 팽창욕망을 이용하고, 미국의 견제를 이용하자'는 다소 막연한 대안 제시로 끝난다. 기존의 안미경중과 뭐가 다른 건가.
"비전 제시는 제 다음 과제, 혹은 학자들이 공동작업 할 과제다. (중국에 대한) 새 정부의 태도는 잡혀가는 것 같다. '안미경세(安美經世‧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경세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 다만 문제는 대안이 없고, 선언부터 한다. 관건은 안미인데,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맞느냐는 판단을 이데올로기적으로가 아니고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해야 한다. 미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게 '안미'인데, 지금 25%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국가로 자리 잡겠지만, 예전처럼 모든 걸 강제할 수 있는 힘은 굉장히 약해졌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 봐야 GDP 16%다. 저는 (패권이) 다극화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근대의 꿈을 이루는 동시에 더 발전하는 방향을 나아가야 한다. 일본은 (국민국가 완성에서) 군대가 빠져있는데, 우리는 영토도 빠져있고 주권도 빠져있다. 전후체제 시스템의 위기에서,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의 한계임과 동시에 한국 정부의 시급한 과제다. 이 책을 계기로 그런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당장의 윤석열 정부의 과제는
"기존 보수정부들이 추진한 실용노선을 계승했으면 좋겠다. 어느 정부보다도 이데올로기적으로 가고 있다. 유럽에 원전수출, 방산수출할 수 있는데, 그런 실용적인 일을 하면서 왜 쓸데없이 중국과 디커플링할 거라고 말하나? 중국과 디커플링할 거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략필수품목이 1만2,586개라는데 그거 그냥 하나씩 풀면 된다. '유럽이랑 경제협력 할 거다' 선언할 게 아니라 품목마다 유럽이든 동남아든 실질적인 (공급처를 찾아) 디커플링하면 된다. 이데올로기적 말을 앞세우기보다 실용노선을 걸으시라. 대통령실에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많은데 이명박 정부 때 그러지 않았나. 그렇게 접근해야 국가에 이익이다."
-당부할 말은
"위기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상대 진영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영을 초월해 지혜를 넓히는 거다. 윤석열 정부가 정파를 떠나서, 큰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했으면 좋겠다. 자잘한 문제에 너무 큰 에너지를 소진하는데, 지금은 19세기와 비슷한 전후체제 위기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역량을 쏟아야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