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성폭력 간부 "강제추행 없었다고 써달라"… 직원들에 서명 요구

입력
2022.06.30 11:42
보직해임 됐는데도 버젓이 사무실 나타나
직원 따라다니며 사실확인서 써달라 요구


3년간 회식 장소 등에서 지속적으로 부서 여직원을 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부서 총괄 리더가 직원들에게 ‘강제추행이 없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 작성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리더 A씨는 직원들에게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적 없었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사실확인서’라고 적힌 이 문서에는 ‘OOO씨(가해자로 지목된 리더)와 XXX씨(피해 여직원)가 참석한 회식자리에 여러 차례 참석한 사람으로, OOO씨가 XXX씨에게 강제추행을 하거나 강제추행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음을 확인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문서 마지막 부분에는 ‘포항 남부경찰서 여청계(여성청소년계) 귀중’으로 적혀 있다. 포항남부서 여청계는 포스코 성폭력 피해 여직원이 고소장을 접수한 곳이다. 성범죄 사건이 터진 이후 A씨는 줄곧 성추행을 부인하고 있다. 직원들은 경찰 조사 때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려고 A씨가 사실확인서를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고 지난 21일 보직해임됐다. 성폭행 혐의로 고소된 선임 1명과 성추행 및 성희롱으로 고소된 상사 2명도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당시 포스코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을 업무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사무실 내부에서 직원들을 일일이 접촉해 서명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추행과 성희롱 혐의로 고소된 다른 직원 2명도 A씨가 사실확인서를 받는데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서의 한 직원은 “A씨가 입사 1,2년차 직원들을 따라 다니며 서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업무에서 배제됐는데 버젓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총괄 리더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A씨는 보직해임 조치돼 이전 근무지와 한참 떨어진 사무실에서 경찰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 중인 상태”라며 “사실확인서를 받고 다니는지는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는 김학동 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한 지난 23일 포항제철소 부소장과 그룹장이 피해여직원에게 '사과를 하겠다'며 집을 찾아가 '만나 달라'고 요구해 2차 가해 논란도 일었다. 부소장과 그룹장은 지난 27일 중징계를 받았다.

포항=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