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테라 사태'가 촉발한 가상화폐시장의 '겨울'이 삭풍을 부르고 있다. 유명 가상화폐 헤지펀드는 가상화폐 가치의 급락으로 결국 법원의 파산 선고를 받았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스리 애로우즈 캐피털(3AC)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틀 전 디지털자산 중개업체 '보이저디지털'은 3AC가 6억7,000만 달러(약 8,70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 대출을 갚지 못했다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통지한 바 있다. 3AC 파산의 영향으로 이날 비트코인은 장중 1만9,000달러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①업계는 파산 원인으로 가상화폐의 폭락을 꼽는다.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테라USD와 루나의 동반 가치 하락 이후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4만 달러(5월 초)에서 현재 2만 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더리움 역시 같은 기간 2,800달러에서 1,100달러 수준으로 붕괴됐다.
실제 3AC는 가상화폐 대부업체 '블록파이'에서도 대출을 받았지만 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부족액 납부 요청(마진콜)에 응하지 못했다. 3AC가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한 탓에 여파가 가상화폐 업계 전반으로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②전통 시장의 긴축으로 인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것도 코인시장에 겹악재다. 코인런(대규모 인출) 이후 인출 중단을 선언했던 가상화폐 대부업체 '셀시어스'는 현재 파산 절차를 준비 중이다.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1분기 거래 실적도 감소했다. 이에 골드만삭스가 최근 코인베이스 주식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장기 투자자로 여겨졌던 채굴업체도 코인 가격 급락, 채굴 경쟁 심화로 인해 보유 코인을 투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는 이날 현행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이 예금·보험 또는 중앙은행 등의 유동성 안전 장치가 없어 가치 하락에 취약하다고 비판했다. WSJ는 "디파이는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해야만 존속할 수 있고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도박"이라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때보다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