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따라 강 따라 나뉜 말의 지도

입력
2022.07.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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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길을 찾아가거나 어디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자 할 때 지도가 필요하듯 말에도 지도가 있다. 어떤 말이 어느 지역에서 쓰이는지 알려면 말의 지도를 보면 된다.

1980년대 초 남한의 전 지역을 조사하여 만든 '한국언어지도'(2008년)에는 153장의 언어 지도가 있다. 언어 지도가 가장 복잡한 단어는 '소꿉질'로 80개 이상의 방언형이 나타난다. 한국언어지도(185쪽)는 소꿉질의 방언형을 소꿉질계(경기, 충남 서북부), 통굽질계(강원, 충북 중북부), 종곱질계(강원 일부), 동두깨비계(경남북 동부), 반두깨미계(경남북), 바꿈살이계(전남북), 새금박질계(전남 남부 일부) 등으로 구분한다. 계열을 분류하기 어려운 '흑밥, 항가빠치, 살림살이, 세간살이, 노래깨미, 고방질'은 기타로 묶었다.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종합정보 누리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조사한 방언 자료를 반영하여 100여 장의 방언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방언 지도에서도 소꿉놀이의 방언형이 가장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국언어지도 편찬자들은 "'소꿉질'의 방언형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어지럽게 세분되어 있다. 아마 방언 분화가 가장 복잡하게 된 예에 속할 것"이라면서 '질, 깨비, 깨미, 살이' 등 뒤쪽 요소에 따라 일정한 영역으로 나뉘어 "참으로 복잡한 속에서도 질서가 지켜지고 있음이 놀랍다"는 평가를 한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방언형이 나타나는 '부추'와 '장독대'의 방언 지도도 '소꿉놀이'의 방언 지도처럼 대체로 산이나 하천 등을 경계로 어느 정도 질서를 보여줘 언어가 마구잡이로 쓰이지 않음을 알려준다. 말의 지도는 우리말 쓰임의 경계를 증언해 준다.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