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의식을 저장, 몸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면

입력
2022.07.09 10:00
19면
넷플릭스 '얼터드 카본' 시즌1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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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384년. 사람의 기억과 의식은 저장장치에 담을 수 있다. 저장장치를 ‘공장’에서 만든 육체와 연결하면 생을 이어갈 수 있다. 저장장치 파손에 대한 대비책이 있기도 하다. 전용 인공위성에 기억과 의식을 전송해 저장할 수 있다. 저장장치가 부숴지면 인공위성으로부터 기억과 의식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인류의 꿈이었던 영생이 가능해진 셈이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억과 의식을 저장하거나 새로운 육체를 얻기 위해서는 거금이 필요하다. 극소수 부자들만이 불멸의 삶을 이어갈 수 있고, 그들은 무한한 시간을 활용해 지배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얼터드 카본’은 과학과 빈부격차라는, 꽤 논쟁적인 질문을 던진다.

①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중심인물은 다케시(조엘 키너먼)이다. 아시아계였던 그는 문득 눈을 뜨고선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자신이 아닌 몸속에 자신이 있어서다. 그는 250년 만에 깨어났다. 원래 몸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는 기억과 의식이 저장됐다가 건장한 백인 남자의 몸을 통해 새로 태어났다. 시간에 갇혀 있던 다케시를 깨운 이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로렌스(제임스 퓨어포이)다. 그는 다케시에게 살인사건 수사를 의뢰한다. 피해자는 바로 자신, 로렌스다.

로렌스가 수사 적임자로 다케시를 점찍은 이유가 있다. 다케시는 인간의 기억과 의식을 저장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세상을 바꿔 놓았던 시기에 체제 전복에 나섰던 반란군의 주요 일원이었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빠른 두뇌회전, 쉽게 물러서지 않는 담대함을 갖췄다.

②SF와 수사극의 결합

다케시는 몇 차례 거부하다 로렌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로렌스는 자신을 죽여서 이득을 얻을 만한 인물들의 명단을 다케시에게 넘긴다. 부인과 딸 등 대부분 주변 인물이다. 다케시는 두 가지 큰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자신의 온전하지 않은 기억을 되살리고 옛 동료의 흔적을 쫓는 동시에 로렌스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두 가지는 서로 연결돼 있는 듯하나 단서를 찾기는 쉽지 않다. 드라마는 SF와 수사극을 결합해 신기한 볼거리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주려 한다. 특히 과학기술이 발달했으나 사람들의 삶은 오히려 더 피폐해진 암담한 미래도시를 표현해 낸 영상이 눈길을 잡는다.

③과학기술 발전에 의문을 품다

‘얼터드 카본’은 노골적으로 선정적이다. 폭력적이고 야한 장면이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이야기 전개에 방해가 될 만한 장면들이 잇따른다. 서사보다는 눈요깃거리에 집중하니 다케시의 고뇌(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는 방향을 잃고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과학기술 발전이 구축할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고는 끝까지 놓치지 않으나 조금은 상투적이다.

※뷰+포인트
영국 작가 리처드 모건의 동명소설을 밑그림 삼았다. 오락성이 강하고,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진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다. 근육질 배우 조엘 키너먼은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시즌1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서일까. 시즌2까지 만들어졌다. 다케시 역은 마블 히어로 캐릭터 팔콘 역할로 유명한 앤서니 매키가 맡았다. 시즌2는 호평 받았으나 시즌3 제작으로 이어지진 못 했다. 일본 제작진 주도로 애니메이션 영화 ‘얼터드 카본: 리슬리브’가 별도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70%), 시청자(91%) ***한국일보 추천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