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세상의 편견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으면서 따스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간 스릴러와 치정극에 지쳐있던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운 신작이다.
지난 29일 ENA 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첫 방송됐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다. '낭만닥터 김사부' '배가본드' '자이언트' 등을 연출한 유인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 등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증인'의 문지원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이날 방송은 우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로 출근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회전문처럼 어렵기만 한 세상이지만 우영우는 자신만의 속도로 길을 걸었다. 우영우의 아버지는 딸의 첫 사회생활에 우려를 드러냈다. 우광호(전배수)는 우영우에게 조심스럽게 사회생활에 관한 조언을 남겼고 우영우는 마음에 깊이 새겼다. 사람들의 말을 따라하는 습관 등이 누군가에겐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은 우영우의 자질을 두고 입사 취소를 거론했다.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기 때문에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표 변호사 한선영(백지원)은 성적과 학력을 들면서 우영우가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우영우의 첫 사건 재판을 어떻게 승소하는지를 지켜본 후 거취를 결정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우영우는 '70대 노부부 살인미수 사건'을 맡으면서 정명석과 다른 의견을 펼쳤다. 민법까지 고려하면서 다방면으로 사건을 구성한 우영우의 재능이 빛나는 대목이었다. 결국 정명석은 우영우에게 그의 재능을 의심한 것을 사과했다.
재판이 시작됐지만 반복적인 일상을 유지했던 우영우는 크게 긴장한 나머지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자극에 예민한 만큼 변화를 최소화하고 같은 루틴을 유지했던 것이다. 우영우는 법정에 서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모두를 납득시켰다.
그러면서 우영우는 피의자인 할머니를 인간적인 마음으로 이해하려 했고 결국 집행유예를 받았다. 화려한 언변 없이도 우영우의 진심 어린 변호가 통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종영한 '우리들의 블루스'를 비롯해 드라마 '무브 투 헤븐' '굿닥터' 등 다수의 작품들이 자폐 스펙트럼·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인물을 조명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여러 임상 양상 중 하나로 설명되는 뛰어난 기억력과 천재성이 인물의 특성 중 하나로 다뤄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그 선상에 서 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캐릭터가 더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말이다. 여기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변호사라는 소재를 부여하면서 장르적 확장까지 꾀했다. 힐링 드라마를 표방하면서 법정물까지 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주로 콘텐츠들에서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를 구축했던 변호사 직업에 우영우를 더하면서 오묘한 색깔이 완성됐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힐링 법정 드라마의 탄생이다.
유인식 감독은 "우리는 알고 보면 다 이상하고 특별하다"면서 장애를 가진 우영우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이상함'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회에서는 우영우의 일상 뿐만 아니라 재판과 피해자의 서사까지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병우' 속 이야기가 신파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물들은 각자만의 논리로 움직인다. 재판 속 피의자와 피해자가 대립하는 과정에서 우영우의 폭 넓은 이해가 아니었다면 무고한 피의자가 생겼을 터다. 우영우의 논리는 단순하다. 자칫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듯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누구보다 빠르게 사건을 이해하고 있다.
사실 장애를 가진 인물을 다루는 이야기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신파'다. 극한의 갈등 속 성장하는 모습을 조명하면서 또 다시 극한의 설정을 불어넣는다. 보는 이들은 눈물을 흘리지만 결국 스토리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이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나름의 유쾌한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정했다. 그간 인물이 갖고 있는 내면의 상처를 주로 담으면서 소외된 모습이 주로 담겼다. 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신입 변호사를 내세우면서 경쾌한 힐링을 예고했다.
여기에는 배우 박은빈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박은빈에게 '인생작' 수식어는 너무나 많다. 칼을 휘두르는 왕을 입었다가도 야구 구단을 살리기 위한 홍보 팀장이 된다. 또 어딘가 음울함을 갖고 있는 대학생이 돼 서글픈 청춘을 보내는 모습도 있다. 최근에는 동생과 집을 구하기 위해 총을 든 누나로 분해 극장가를 찾았다.
한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던 박은빈은 이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까지 소화했다. 박은빈은 기존 미디어 속 장애 캐릭터를 모방하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를 만들었다. 장애에 대한 고정된 인식이 더욱 확산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텍스트로 공부하면서 연기에 구체성을 더했고 또 다시 '인생작' 수식어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