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먼저 떨어지는 거 보고 정말 살 떨렸습니다.”
강양현(조선대) 감독이 이끄는 한국 3x3 남자농구 대표팀은 7월6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3x3 아시아컵 2022’를 앞두고 역대급 내부 경쟁을 펼쳤다. 보통 6명을 선발해 한번에 최종 엔트리 4명을 확정하는데, 이번엔 서바이벌 방식으로 2주 훈련 기간 중 1명씩 차례로 떨어뜨려 최후의 4인을 남겼다.
선수를 내보내는 감독이나 탈락한 선수나 마음이 아픈 생존 경쟁이었지만 워낙 팽팽한 긴장감 속에 훈련이 이어져 선수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내부 평가다. 28일 광주 조선대학교 훈련장에서 만난 강 감독은 “정말 열심히 훈련에 임한 6명 모두가 굉장히 고맙다”며 “마음은 아프지만 최고의 조합을 이뤄내기 위해 나와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3명이 각자의 의견을 공유했고 깊은 고민 끝에 최종 엔트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컵 태극마크를 단 이들은 김정년(30·179㎝) 박민수(32·181㎝) 석종태(30·193㎝) 하도현(28·198㎝)이다. 앞서 22일 6명 중 막내 김민재가 탈락했고, 이틀 뒤 김민섭이 떨어졌다. 특히 3x3 대표팀 경험이 많고, 국내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베테랑 김민섭의 탈락은 의외로 여겨졌다. 강 감독은 “마지막까지 김민섭 선발을 고민했지만 발목이 좋지 않아 제외했다”면서 “빠른 스피드로 계속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농구를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섭과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은 김정년은 “한 명이 먼저 떨어지고 마지막 5명이 남았을 때 정말 살 떨렸다”면서 “안 되더라도 후회없이 해보자는 자세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김정년의 합류로 대표팀은 높이가 낮아졌지만 스피드는 더 빨라졌다. 하도현은 “도쿄올림픽 예선까지 뛰었던 (김)민섭이 형이 빠져 많이 아쉽지만 (김)정년이형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선수”라며 “개인기와 슛이 좋고, 1점을 내주더라도 바로 2점을 쏘는 농구가 가능해졌다”고 반겼다. 석종태는 “이제 최종 선발이 끝났으니 마음을 추스르고 감독님이 추구하는 빠른 농구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섭은 탈락의 아픔에도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김민섭은 직접 210㎝의 방덕원 등 국내 3x3 올스타급 선수들을 꾸려 마땅한 스파링파트너가 없던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아시아컵 조별 예선에서 맞붙을 이란, 쿠웨이트는 장신 선수들이 많아 대표팀에는 좋은 모의고사 기회였다. 김민섭은 “솔직히 아쉬움이 크긴 하지만 대표팀이 중요한 국제대회에 나가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생각에 주변 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마음이 좀 그럴 수도 있는데도 이렇게 좋은 팀을 끌고 와준 (김)민섭이한테 특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선수들과 민섭이 몫까지 뛰어 아시아컵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대표팀은 1승1패를 거뒀다. 첫 경기에서는 대표팀이 추구하는 색깔을 드러내면서 3x3 농구의 묘미까지 선사했다. 10분 간 먼저 21점을 올린 팀이 승리하는데, 대표팀은 한때 8-15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박민수가 외곽에서 연거푸 2점슛을 터뜨려 순식간에 21-17로 역전극을 완성했다.
대표팀 맏형 박민수는 “이게 바로 3x3 농구의 매력”이라며 “경기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관중은 커피나 물 마실 시간이 없다”고 했다. 석종태도 “짧은 시간 안에 흐름이 왔다 갔다 하니까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1점보다 2배 차이 나는 2점슛이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오는 3일까지 담금질을 마친 뒤 4일 결전지 싱가포르로 떠난다. 조별 예선은 7일 하루 동안 쿠웨이트와 이란을 차례로 상대하는 일정이다. 30개 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개최국 싱가포르, 디펜딩 챔피언 호주, 랭킹 1위 몽골이 12강 본선에 직행하고 나머지 27개 팀이 9개 조에 세 팀씩 편성돼 조 1위만 12강 본선 라운드에 오른다.
대표팀은 일단 조별예선 통과가 목표다. 아울러 3x3 농구의 국내 인기를 높이기 위해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박민수는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는데 태극마크가 주는 부담감도 크다”면서 “이기는 경기가 목표지만 지더라도 ‘이렇게 재미있는 농구를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