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이 180억 원 규모의 클럽하우스와 골프텔 기부채납 조건으로 11년간 운영을 민간에 위탁한 마린CC의 위·수탁 계약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운영권을 따낸 ㈜비앤지가 약속한 클럽하우스 건립 등 계약조건을 이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손병복 울진군수 당선인은 29일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 마린CC의 클럽하우스와 골프텔 공사가 올 8월 말에도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취임하면 비앤지가 두 건축물을 완공하지 못한 이유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손 당선인은 “마린CC는 원자력발전소 유치로 받은 2,800억 원 중 4분의 1이 넘는 750억 원을 투입해 만든 골프장”이라며 “클럽하우스 등 남은 건축물 공사비 180억 원이 없어 골프장 운영권을 민간 업체에 넘긴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운영 업체 선정 단계부터 특혜 의혹이 일었고, 계약 이후에도 비앤지의 계속된 조건 불이행으로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며 “위·수탁 전 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며 문제점이 발견되면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린CC 수탁업체 비앤지는 울진군과 계약 때 연면적 8,905㎡, 총 4층 규모의 골프텔(32실)과 클럽하우스 공사를 올 3월 마무리하고 5월 정식 개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현재 공정률은 약 40%에 불과하다.
울진군은 8월 말로 공사 기한을 연장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할 처지다. 비앤지는 지난해 6월 골프텔과 클럽하우스를 착공해야 했지만, ”철근 가격이 급등했다”는 등의 이유로 4개월이 지나서야 첫 삽을 떴고 이후 작업도 더디게 진행됐다.
비앤지의 계약 사항 위반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골프텔과 클럽하우스 등을 짓는 데 필요한 투자금 180억 원을 증빙하는 이행(계약)보증보험증권을 계약 후 열흘 이내 내야 했지만 한 달이나 늦게 제출했다. 또 법인의 주소와 상호, 대표자, 주주구성 등 주요사항 변경 때 사전에 군의 허가와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임의로 교체했다.
울진군이 비앤지를 수탁업체로 선정한 배경도 논란거리다. 울진군이 공고 배점에도 없는 비앤지 지배인의 경력을 인정해주고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사실이 울진군의회 특별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났다.
비앤지는 컨테이너로 임시 클럽하우스를 만들고 영업을 강행할 태세여서 논란이다.
울진군의회 일부 의원들도 민간위탁 재검토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김정희 울진군의회 부의장은 “(비앤지가) 군에 약속한 공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돈만 챙기려 하는 것 같아 괘씸하다”며 “8월 말로 연장해 준 기한도 지킬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위·수탁 계약을 해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린CC는 울진군이 원전 유치로 받은 지원금 750억 원을 투입해 매화면 오산리 산 26일대 121만9,740㎡ 부지에 18홀 규모로 조성 중인 골프장이다. 골프텔과 클럽하우스를 제외한 코스 시설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대신 시행을 맡아 2017년 9월 착공해 2020년 6월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