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1남 2녀 중 장녀인 정진희(25)씨가 27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의 손자인 김지호(27)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현대가(家) 인사들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중 만나 결혼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진희씨는 미국 동부의 웰즐리대학을 졸업한 뒤 컨설팅회사인 롤랜드버거에서 일하다 현재는 현대차 해외법인에서 상품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지호씨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심리학과를 졸업 후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육정책 석사를 수료했다. 지호씨 할아버지인 김 전 장관은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형으로,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뒤 아주대 총장,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현대가는 자녀들의 의지를 존중해 정략결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도 미국에서 아내 정지선씨를 만나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같은 정씨인 탓에 집안의 반대가 있었으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동성동본이 아니라며 결혼을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혼주인 정의선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제네시스 G90을 타고 식장에 도착해 가족들과 사진을 찍었다. 4대 그룹 중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후 1시 50분 제네시스 G90을 타고 가장 일찍 도착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딸인 원주씨와 함께 우산을 쓰고 식장으로 입장했다. 원주씨는 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에선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다.
현대가도 한자리에 다 모였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제일 먼저 도착했고,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사장,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대선 현대비에스엔씨 사장 부인 노현정 전 아나운서도 시어머니인 이행자 여사와 함께 한복을 입고 나타났다.
이날 결혼식이 열린 정동제일교회는 대대로 현대그룹 사람들이 화촉을 밝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비롯,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 정몽준 전 의원 등이 모두 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정의선 회장도 1995년 이곳에서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씨와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