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1937년 6월 30일, 세계 최초 긴급전화 ‘999’를 개통했다. 당시 다이얼식 전화기로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9’를 세 번이나 연이어 돌리게 한 이유에는 ‘정설’이 있다. 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신고자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화재 현장 주소 등 주요 정보를 누락하지 않도록, 다시 말해 다이얼이 돌아가는 동안 심호흡이라도 하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후 한국(119), 미국(911) 등 거의 모든 나라가 긴급전화 번호에 숫자 ’9’를 포함시킨 것을 보면, 다이얼시대의 저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우주로켓 발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카운트다운(count down)’을 하는 이유에는 ‘정설’이 없다. 구글 검색으로도 설득력 있는 답변은 찾지 못했다. 발사 책임자를 비롯한 다수가 마음 졸일 그 마지막 100초 또는 10초 동안에도 기계들은 이미 설정된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순차적으로 전개한다. 전원이 잇달아 연결되고 로켓 외부의 미시적 조건들과 내부 압력과 기능들이 최종적으로 자동 점검되고, 주엔진이 점화된다. 그 중요한 10초의 공정이 ‘카운트다운’ 형식으로 전개되는 까닭을 누구는 현장 기술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도 설명했다.
기술적 의미보다는 ‘공연’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하이라이트를 알리는 쇼 진행자의 격한 외침 같은 의미. 안전과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도·기원의 시간일 수도 있다. 유인우주선이라면 승무원에게 그 10초의 시간은 선불교에서 말하는 ‘몰아(沒我)’의 경지에 가까울 것이다. 알려진 바, 구소련 연방우주국(Roscosmos)은 모든 준비와 점검이 완료되면 발사책임자(launch commander)가 ‘스타트’란 외침과 함께 점화 키를 돌리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우리 로켓 누리호(KSLV-II)가 6월 21일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거쳐 성공적으로 우주로 나아가 궤도 안착에 성공했고, 한국은 세계 7번째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