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시민들에게 외면받으며 '존폐 위기'에 몰렸던 정의당에서 "필요하면 국민의힘과도 연대 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좀처럼 개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정의당 내에서 이처럼 도전적이면서도 당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의견은 현재 방향을 잃은 정의당에 쇄신과 변화의 나침반이 되어줄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 위원장인 한석호 비대위원의 제안이다.
한 비대위원은 2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정치는 늘 연대하고 연합하고 갈등하는 것인데, 때에 따라서는 민주당과 연대, 연합하고 또 필요하면 국민의힘과도 연대, 연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소신발언은 정의당 실패의 핵심 원인을 진단하면서 나왔다. 그는 "노동과 지역의 일꾼들, 당 활동가들과 당원들이라고 하는 집토끼를 방치하고 산토끼를 확보하려고 산만 돌아다녔던 것이 핵심 문제였다"며 "진보 정치의 토대(노동)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창문, 지붕을 어떤 색깔로 할 건지, 벽돌과 마감재를 어떻게 할 건지 허송세월한 게 지난 10년 정의당"이라고 짚었다.
이어 "페미니즘 문제와 민주당 2중대 (문제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의당의 자기 색깔, 자기 정체성, 자기 내용이 없으니까 당연히 해야 할 연대, 연합의 어떤 한 사항이 발생하면 그게 정의당을 지배하는 논란이 돼 버리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가위원회의 핵심은 정의당의 자기 얼굴,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노동 계층만 얘기하는 건 아니다"며 "노동을 토대로 한 그 위에 페미니즘, 생태, 소수자 등 모든 사항들, 영세 상인 문제까지 풍부하게 건축해 가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 정의당 분위기를 궁금해하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분노, 한숨, 냉소가 지배하고 '다 망한' 초상집 분위기라면서도 한번 다시 시작해 보고자 하는 분위기"라며 "당원과 당 활동가들 사이에 비대위원단 또는 지난 10년간 정의당을 이끌었던 당 지도부를 향한 분노의 감정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책임 공방으로 흐르지는 않고 있다"며 "지난 10년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새롭게 정의당을 다시 만들자는 것으로 모이고 있어 그나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트 심상정'으로 당을 이끌어 나갈 인물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대안은 없어 '과제'"라며 "백가쟁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러나 "10년 평가위원회의 핵심은 차기 지도부가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혁신 1호 조치로 여의도 중앙 당사 이전을 내놓은 이유로는 "조그만 정당에 부채가 36억 원이 있는 재정의 어려움을 개선해 일상으로부터 혁신하자는 의미"라며 "더 이상 거대 양당을 흉내내지 말자,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치를 보지 말자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위원단 중심으로 여의도 정치를 하고, 나머지 당과 당원들은 정의당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현장을 가자"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