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새로운 규칙을 이해하고 바뀌는 게 중요합니다. 예전의 생활 방식과 규칙만 고집하면서 반려견 행동이 교정되길 기대하는 건 무리죠."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는 '서울 반려동물 시민학교' 강의가 진행 중이었다. 코로나19로 부침을 겪긴 했지만, 2018년부터 햇수로 4년째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반려인들은 리드줄을 꼭 쥔 채, 반려견들과 나란히 앉아 강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낯선 환경 때문일까. 크게 짖는 반려견들 때문에 집중이 어려울 만도 했지만, 한순간도 강사의 말과 행동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반려인들의 열기가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수업 목표는 반려견 행동교정이다. 하지만 시가 학교를 개설한 진짜 목적은 '반려인 역량 강화'에 있다. 동물 관련 TV 프로그램 제목처럼, '세상에 나쁜 개는 없어도 자격이 부족한 보호자는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개물림 사고 원인도 반려인들의 주의부족이나 훈련미숙 탓이 크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동물 학대나 유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으로 서울에서는 다섯 집 중 한 집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가구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4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형 가족안심 라이프스타일' 공약에서 "반려동물을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 반려인 자격이 뒷받침돼야 동물도 올바르게 성장하고 비반려인도 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수 있다"며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 반려동물 시민학교의 수업 방향도 반려견보다 반려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부터 시민학교에서 행동교정과 사회화 교육을 맡고 있는 강사 고이든씨는 "과하게 짖는 개들의 80%는 보호자가 반려견과 잠자리를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를 절반 이상 줄어들게 할 수 있다"며 "5회짜리 기초 수업이지만 보호자 역량에 따라 개선 효과가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시민 호응도 뜨겁다. 특히 오프라인 교육은 한 반에 6명까지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신청 경쟁이 치열하다. 전체 수강자 수도 개설 2년 만에 목표치를 넘어 연간 2,0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수업에 참가한 배영미씨는 "문제행동이 버릇으로 진행되기 전 미리 교육을 받아둬야겠다는 생각에 신청하게 됐다"며 "평소 유튜브 등을 통해 공부하긴 했어도 현장에서 집약적으로 알려주니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는 전국 최초이자 유일의 '반려인 능력시험'을 2019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동물등록이나 산책 같은 일반상식부터 행동이해, 건강관리, 관련 법령 등 전문지식까지 반려인이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묻는다. 동물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대부분 도시에서 입양 전 교육 이수가 필수일 뿐 아니라 면허시험 응시도 일부 의무화돼있다. 지난해 서울시 응시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75%가 '능력시험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답했다.
3회 시험의 개 분야 최고 득점자인 최인원씨는 "서울시가 앞장서 개최한 능력시험이 다른 지자체로도 퍼져나가고 의무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동물복지도시 실현을 위해 반려인 교육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인센티브 사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