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고용부는 부랴부랴 전날 발표 내용이 최종안으로 확정된 건 아니라는 의미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장관은 23일 브리핑을 열어 주 52시간제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방식을 현행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고, 연공서열 중심인 현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급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개혁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강조해온 만큼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돌연 이튿날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보니 고용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고용부에 민간연구회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한 사안”이라고 했다. 난처해진 고용부는 “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과 공유했다”면서 “장관은 개혁의 기본 방향과 향후 계획을 말한 것일 뿐 정부 최종안은 향후 민간연구회와 현장 의견을 들은 뒤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적극 부연했다.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부분은 연장근로시간 관리 방식을 월 단위로 바꾼다는 것인데, 이는 개편 방안의 한 예시였다고도 설명했다.
사전에 일정이 공지된 공식 브리핑에서 발표한 내용을 두고 대통령실과 주무 부처가 엇박자를 보이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노동개혁은 연금, 교육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으로 내세운 핵심 과제로, 첨예한 갈등이 예고되는 분야다. 당장 노동계를 중심으로 설익은 정책을 발표한 거냐는 비판이 나왔다. 발표 직후부터 혼선을 부르는 정책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