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캐스팅' 논란에... 뮤지컬 평론가 "번안 뮤지컬에선 불가"

입력
2022.06.24 13:17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세계적 뮤지컬 제작사가 특정 배우 영향받을 수 없어"
"뮤지컬 팬덤, 배우 호불호 선 긋고 논란 과장"

일명 '인맥 캐스팅' 의혹을 둘러싼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김호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방이 고소로 번지면서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이 자제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문제가 된 뮤지컬 '엘리자벳'의 경우 오스트리아의 원 제작사가 존재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기 때문에 '인맥 캐스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논란이 급속히 확산된 것에 대해서는 "뮤지컬 팬덤의 극렬한 반응 때문"이라고 평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원작 뮤지컬 '엘리자벳'에 옥주현과 함께 출연하던 김소현 대신 옥주현과 동일 소속사인 이지혜가 캐스팅되자 '옥주현이 캐스팅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고 쓴 김호영의 SNS 인스타그램 스토리 글이 옥주현을 우회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온라인 여론이 들끓게 됐다.

하지만 23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한 원 교수는 일명 '인맥 캐스팅' 의혹에 관해 "우리나라에서 지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들은 해외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해서 올려지는 번안 뮤지컬"이라면서 "이런 작품은 바이어 중심이 아닌 셀러 중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서, 배우들을 뽑을 때 국내 제작진의 의도는 잘 반영이 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고 원작자에게 그 모습을 다 보여주고 오디션을 통과해야 배역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옥주현이 캐스팅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느 배우를 좀 주의 깊게 봐 달라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벳'의 제작을 담당한 빈극장연합(VBW)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수준과 규모의 뮤지컬 제작진"이라면서 "이들이 특정 배우를 쓰기 위해 캐스팅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밝혔다.

"1세대 뮤지컬 스타 입장문, 배우끼리 고소하고 이런 건 문제라는 취지"


원 교수는 이번 논란이 뮤지컬 팬덤 문화에 의해 추동된 부분이 있다는 시선도 보였다. "내가 지지하는 배우, 내가 응원하는 배우가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을 가진 네티즌들에 의해서 이야기가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부터 글로벌 뮤지컬이 우후죽순 소개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하게 팽창했고, 이 과정에서 배우에 대한 팬덤의 지지가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면서 "빠른 팽창을 가져온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좋아하는 배우, 미워하는 배우, 이렇게 너무 선을 긋고 팬덤이 극렬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옥주현과 김호영 두 배우를 향해 "소를 취하하고 동업자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크게 성장한 한국 뮤지컬 시장에 배우들도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남경주·최정원·박칼린 등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이 낸 입장문이 사실상 김호영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된 데 대해서도 그는 "뒤에 무슨 (인맥 캐스팅에 대한) 의심이 있다기보다는, 배우끼리 고소하고 이런 건 문제가 좀 있지 않냐는 취지"라고 전했다.

남경주는 23일 SBS 비디오머그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이 활성화돼야 할 시기에 이런 일들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안타까웠다"면서 "과거에 배우가 캐스팅 관여하는 상황이 존재했는데, 고유의 권한은 침범하지 말고 서로가 자기가 맡은 일만 충실히 하는 게 좋은 공연 환경을 만드는 거 아니겠는가. 그게 얘기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성명 이유를 밝혔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