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당대표를 뽑는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의 대항마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이 24일 "이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는 당의 단결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 의원 출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 출마가 당내 계파 갈등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키우는 촉매인 만큼, 제3세력에 기회를 주자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이날 충남 예산에서 1박 2일간 진행된 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결국은 우리 당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 의원이나 내가 출마하는 것이 거기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닌지 판단해보자’고 (이 의원에게)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간 이 의원의 불출마 요구는 있었으나, 주된 근거는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었다. 친이재명(친명)계와 견제 관계인 친문재인(친문)계의 유력 주자인 홍 의원의 단결·통합 언급은 이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읽힌다. 이 의원의 출마 강행시엔 분당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실제 홍 의원은 전날 저녁부터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분임토론에서 이 의원과 한 조를 이뤄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재선 의원 48명 중 35명이 이재명 의원도 저도 나오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며 "(이 의원과) 그런 얘기를 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니 우리가 굉장히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했고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4선을 했지만 재선 의원 다수가 그런 정치적 의견을 밝힌 것이 제 기억에는 없다"며 "그런 정도로 당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내 길을 가겠다는 것이 과연 당에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출마 의지를 당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마이웨이'이라고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친문계와 친이낙연계는 이 의원의 불출마 견인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문계 당권주자로 꼽혔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의원은 24일 K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이) 안 나오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대선, 지방선거를 잘 평가하는 게 중요한데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온다면 그런 평가가 제대로 되느냐,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평가에 기반한 변화와 혁신이 되느냐는 부분에 상당히 공감한다"고 부연했다.
친이낙연계인 설훈 의원도 전날 워크숍 자유토론에서 발언권을 얻어 이 의원을 향해 "우리 같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집중 견제로 이 의원은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이 의원은 워크숍 직후 '조별 토론에서 불출마 의견이 나왔다고 들었다'는 질문에 "경제가 매우 어려워 국민의 고통이 참으로 극심하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당으로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이나 민생 어려움을 해결하는 문제에 대해 한 번 깊이 있는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출마 여부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이 뒤따랐지만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의원과 홍 의원과 같은 조에 속했던 고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 의원은 출마 쪽에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워크숍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강하게 나왔고, 분임 토론에서도 그런 뉘앙스의 얘기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 의원의 출마 의지가 비록 강하다 하더라도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