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논란, 당권 다툼 말고 원칙대로

입력
2022.06.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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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2일 심야 마라톤 회의를 연 끝에 7월 7일 징계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크게 반발했고 당내 갈등은 커질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당권 다툼으로 키우지 말고, 성비위에는 엄중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따르기 바란다. 윤리위는 정해진 절차와 증거에 따라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 대표와 의원들은 여론몰이를 멈추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2013년에 있었다는 성상납 의혹은 경찰 조사 없이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으나, 윤리위를 단지 권력 다툼의 일환으로 치부할 순 없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지난해 12월 성상납 의혹이 폭로된 후 제보자를 만나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준 것이 드러났다. 또 성상납 주체로 지목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22일 변호사를 통해 이 대표 측이 “성상납을 모른다고 서신을 써달라”고 회유·압박했다고 밝혔다. 이런 의혹들을 모른 체한다면 당이 자정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다. 윤리위가 근거를 토대로 판단하되 혐의가 확인되면 당대표라도 예외가 없음을 보이는 게 최선이다.

징계 수위에 따라 당권이 재편될 가능성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 혼란과 갈등은 벌써 커지고 있는데, 여당의 막중한 책임을 인식하고 자제하기를 바란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2주 뒤 결정에 대해 “기우제식 징계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어떤 경고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시사했다. 하태경 의원 등 옹호자들은 “당을 자해한다” “배후에 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리위를 비난했다. 징계가 결정되기도 전에 윤리위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당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깨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 일각에서의 중징계 요구 목소리도 성급하다. 이 대표가 20일 비공개 회의 내용이 유출됐다며 배현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고 회의장을 나가려 한 데 이어 23일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뿌리치는 등 갈등을 노출시키는 것도 불필요한 언행이다. 집권당의 진중함과 책임감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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