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처음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의 전파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충격을 미치거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 정도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전파 방식 자체가 호흡기 전파가 아니라 직접 전파에 기반을 하고 있고, 잠복기가 조금 길고, 이미 대응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정도의 상황으로 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①원숭이두창의 전파 방식은 대부분 직접 접촉이고, 코로나19 같은 양상의 호흡기 전파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부에 물집 같은 게 생긴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물집이 터지면서 그 안에 있는 체액이나 혈액이 피부에 묻어 있는 상태에서 상당한 시간 동안 접촉이 있는 경우에는 감염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원숭이두창 환자가 전신감염증 형태로 진행한 경우에는 비말에 의한 감염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 교수는 "이런 가능성은 많지 않다"면서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비말 감염, 예를 들어 밀접 접촉이 아닌 조금 가까운 거리에 있더라도 전파가 되는 그런 양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②잠복기가 최대 21일 정도로 길게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무증상 감염의 경우는 확인된 바가 없다. 엄 교수는 "통상 1주에서 2주, 14일 정도면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직 확인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무증상 감염이 있다는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완전히 새로운 감염증이었던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에는 대응책도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정 교수는 "두창이라는 질환 자체가 예전부터, 거의 10년 전부터 대응 준비가 되고 있었다"면서 "딱 맞는 치료제나 백신은 국내에 도입돼 있지 않지만, 두창 환자에게 쓰는 다양한 항바이러스제, 사람두창에 적용되는 백신이나 치료제 등이 상당수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처럼 초기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처럼 사전에 전 국민이 백신 접종을 할 필요성도 낮게 전망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2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한 번 퍼지면 전국으로 번지고 이런 병은 아니기 때문에 백신은 환자에 밀접 접촉했던 분에게 예방적으로 투여하는 정도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도 "국내 지역사회에 유행이 확인되는 경우 확진자를 중심으로 밀접 접촉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하는 소위 포위 접종이라는 전략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보통은 확진자 중심으로 100명 정도까지 접종하면 1차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원숭이두창의 증상은 초기에는 발열, 근육통, 허리 통증 등으로 감기와 차이가 없으나, 증상 발현 후 3일이 지나면서 목이나 겨드랑이에 림프절이 부어오르고, 수포(물집)를 동반하는 발진이 발생한다. 이재갑 교수는 "위험 지역을 여행하거나 발진이 있는 사람과 접촉하고 나서 그런 패턴이 나타나면 원숭이두창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화 이후 사망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국제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은 서아프리카 타입으로, 아프리카 내에서는 1% 정도의 치명률이 나오지만 현재 통계로 보면 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국가에서는 2,000여 명 중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영국 등에서 성소수자 위주의 전파가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피부 접촉을 통해서 전파되는 것이기 때문에 성 관계를 맺을 정도면 당연히 전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초기에 동성애 그룹 사이에서 유입돼서 확산이 된 것이기 때문에 동성과 이성에 상관없이 피부접촉이 있으면 전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