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남동부에서 규모 5.9의 강진이 발생해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국의 구조가 진행될수록 추가 피해도 속속 확인되고 있어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가옥 대부분이 흙벽돌 등으로 지어진 데다 지진이 대다수 사람들이 잠든 새벽 시간 발생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아프간 집권세력인 탈레반 재난관리당국을 인용해 이날 새벽 수도 카불 남쪽 파크티카주(州)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산사태로 주택 수백 채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아민 후자이파 파크티카주 탈레반 정부 문화정보국장은 “1,000명 이상 숨지고 1,500명 이상 다쳤다”고 설명했다. 산간 벽지라 구조가 어려운 탓에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지진은 파키스탄과 인도 등 인접 국가의 먼 지역에서도 땅이 흔들릴 정도의 강진이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22일 오전 1시 24분쯤 진도 5.9의 지진이 일어났다”며 “진앙으로부터 약 500km 범위에 사는 1억1,900만 명이 진동을 느꼈다”고 발표했다. EMSC는 당초 지진 규모를 6.1로 발표했다가 이후 수정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역시 “아프간 동남부 호스트시에서 약 44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망자 대다수는 파크티카 지역 주택가에서 나왔고, 동부 낭가르하르와 호스트에서도 사망자가 보고됐다. 지진의 강도가 세긴 했지만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 곳에서 1,000명 넘는 희생자가 나온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외신들은 허술하게 만들어진 주택 등 지진 외 원인도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파크티카주 가옥 대부분은 흑과 돌 등을 이용한 전통적 방식으로 지어졌다”며 “콘크리트 주택이 드문 탓에 쉽게 (집이) 무너져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프간 시골에는 단단하게 지탱해줄 수 있는 구조물 없이 진흙이나 흙벽돌 등으로 얼기설기 지은 집이 많다. 이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자 가옥이 있던 자리에는 벽 일부만 남았을 뿐, 대부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돌무더기가 됐다. 워낙 엉성하게 집이 지어진 탓에 충격을 버티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진이 새벽 시간 발생한 점도 피해를 키웠다. 주민 대부분은 잠을 자다가 무방비 상태에서 무너진 주택에 깔렸다는 의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시신들은 담요에 덮인 채 맨땅에 줄줄이 놓여 있었다. 다수의 희생자는 무너진 주택에 깔린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진원의 깊이가 10㎞에 불과해 지진 충격이 고스란히 지면으로 전달된 점도 참사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지진으로 탈레반은 중대한 시험대에 놓였다. 아프간은 수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전국이 황폐화됐다. 게다가 지난해 8월 탈레반 재집권 이후 서방이 각종 제재에 나서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상태다. 최근 국제기구 등의 구호가 재개되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구조 환경과 의료시설이 열악해 구조와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SNS를 통해 “우리는 모든 국제 구호 기관이 추가 재앙을 막기 위해 즉시 해당 지역에 인력과 물자를 보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