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급여를 횡령했다."(박미정 광주광역시의원 전직 보좌관 A씨)
"사실 확인 없이 범법 행위자로 모는 일을 중단해 달라."(박 의원)
요즘 광주시의회가 세인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A씨가 "박 의원으로부터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아왔다"며 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노동청에 고소장까지 내는 등 연일 박 의원을 몰아세우고 있어서다. 그간 맞대응을 자제하던 박 의원도 A씨의 대리인을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추한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A씨가 박 의원의 보좌관 급여 횡령 의혹을 제기한 것은 17일. A씨는 당시 "박 의원이 광주시 생활임금(월 228만 원) 수준의 급여를 약속했는데, 2월 21일 근로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190만 원으로 쓰면 되겠다'며 최저임금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명시하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올해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으로 월 191만4,440원(주 40시간 기준)이다. A씨는 그러면서 박 의원이 동료 의원들이 갹출해서 마련한 보좌관 급여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의원들(23명)은 그간 서로 돈을 모아 보좌관 8명에게 1인당 245만 원을 지급해 왔는데, 박 의원이 245만 원을 지급받은 후 이 중 190만 원만 A씨에게 건넸다는 얘기였다.
현행법상 지방의원은 유급 보좌관을 둘 수 없다. 그러나 광주시의원들은 의원 활동 지원 명목으로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14명을 채용하는 편법을 써왔다. 특히 광주시의원들은 '1의원 1보좌관제'를 맞추기 위해 보좌관 8명을 추가로 채용하면서 이들의 급여로 매달 100만 원 안팎씩 갹출해 충당해 왔다.
이에 박 의원은 발끈했다. 박 의원은 22일 오전 제8대 광주시의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A씨를 채용하기 전) 보좌관 B씨가 장기간에 걸쳐 치료해야 하는 자신의 질병을 알게 돼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A보좌관이 보조 업무 담당하는 조건으로 4개월 단기 계약하고 급여를 두 사람에게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며 "횡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또 "A씨 대리인 김모씨가 세 번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횡령, 최저임금법 위반, 4대 보험 미가입, 생활임금 미지급 등 매번 말을 바꿨다"면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김씨가 "박 의원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박 의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씨는 "A씨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박 의원이 보좌관 급여가 원래 245만 원인데, 이 중 얼마를 당신에게 주겠다느니, (B씨와 급여를 나눠 지급하겠다는) 양해를 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의원은 B씨에게 55만 원을 지급하지도 않았고,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15일 B씨를 만나 사실 확인서를 받고 돈을 줬다"고 박 의원을 압박했다. 박 의원이 보좌관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A씨 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 측은 박 의원이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선거사무소가 있던 건물 5층에 불법 전화방을 설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화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는 불법 선거 운동 의혹까지 제기했다. A씨 측은 관련 증거들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고 부정 선거 정황을 신고했다.
양측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지방의원의 유급 보좌관 편법 운영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2019년 12월 한 시의원이 보좌관 급여 중 80만 원을 다시 돌려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샀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광주시의회에서 보좌관 급여 문제를 놓고 두 번씩이나 잡음이 나와 의원들이 급여를 갹출하는 형식의 보좌관 운용은 민선 9대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