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장기간 '개점휴업' 상황인 가운데 국민의힘이 당내 각종 특별위원회(특위)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복합적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에도 원 구성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집권여당으로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취지다. 입법 공백 타개를 위한 고육책임에도 입법권이 없는 당내 조직이란 명확한 한계로 사실상 '면피용 제스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1일 자체 내정한 각 상임위 간사들과의 현안점검회의에 이어 물가 및 민생안정 특위,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정책 의원총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회의 명칭은 각양각색이지만 사실상 명분은 동일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회가 열리지 않으며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당 조직을 가동해 '빈틈'을 메우려는 것이다.
아울러 국회 정상화를 염두에 둔 '개혁 입법' 준비작업의 일환이다. 여당이 민생을 챙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 야당에 국회 공전의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국회는 공전상태이지만, 당정협의와 정책의총, 특위 활동을 통해 민생 현안을 챙기고 국회 공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국민의힘에서 가동 중이거나 가동 예정인 특위와 TF는 총 5개(가상자산 특위, 물가 및 민생안정 특위, 반도체산업지원특위, 임대주택 혁신TF,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다. 민생 경제와 국민 안전을 주로 다루는 조직이다. 이날 열린 물가 및 민생안정 특위에서는 유류세 법정 최대 인하 폭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류성걸 특위 위원장은 회의 후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소비자와 국민의 체감도가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민생 법안을 연일 외치더라도 국회가 열려야 입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을 열기 위해선 야당과의 갈등의 골을 풀어야 하고, 국회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170석의 야당 협조 없이는 실제 법안 통과를 자신할 수도 없다. 야당과의 원 구성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국민의힘 특위 정치는 '보여주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가 원 구성에 양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법안이 나온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그나마 '뭐라도 하고 있다'는 인상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