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일 '문재인 정부의 6시간'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군 당국이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쯤 실종된 이대준씨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오후 9시 40분까지 약 6시간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목표다.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이씨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은 21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부터 "문재인 정부가 (이씨를) 살릴 수 있었는데도 북한의 살인을 방조했다"며 진상규명의 최종 목적지가 문 전 대통령의 6시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태경 진상조사위원장은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 군인들에게 잡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6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과연 살릴 수 없었는가"라고 반문했다. 하 위원장은 "그(이씨 피격) 이후에 문재인 정부는 월북몰이를 포함한 2차 살인을 했다"며 "월북몰이를 포함한 인권침해의 전 과정, 배경을 또 샅샅이 조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사건 당일인 2020년 9월 22일 문 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을 몇 시간 앞두고 있었던 사실에 주목한다. 당시 교착상태이던 남북관계를 돌파할 승부수를 던지기 직전이라 청와대가 이씨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전주혜 진상조사위원은 "우리 군으로 첩보가 왔음에도 대통령 보고는 3시간 뒤인 6시 36분에 이뤄졌고, 그로부터 3시간 뒤 이씨가 피살됐다"면서 "이 시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씨가 숨지고 난 뒤 정부의 대응을 두고서도 "인격 살인"이라며 성토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해양경찰청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를 '정신적 공황 상태'로 규정하고 빚을 포함한 불필요한 사생활을 공개하는 등 유족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하 위원장은 "사전조사에 따르면 이씨가 월북했다고 정부가 판단한 유일한 근거는 감청자료밖에 없었는데, 당사자의 목소리가 없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고 조작, 과장된 것"이라며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1986년 박종철 사건의 2021년 버전"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2019년에 벌어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또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은 위장귀순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없고, (탈북 어민이) 살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 역시 없었다"며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역공에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청와대 회의록까지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필요에 따라 통신감청 내용이 담긴 대북 특수정보(SI)도 법률 검토를 거쳐 열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 위원장은 "민주당이 정보 공개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리스트를 정해 어떤 부분을 공개하고 열람할지 협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