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해양경찰청과 국방부 등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는 미지의 영역이다. 똑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 여부에 대한 정부 판단이 1년 9개월 만에 뒤바뀐 만큼 당시 어떤 일이 발생했고, 어떤 근거로 자진 월북이라 판단해 발표했는지 등 확인해야 할 사안이 산재해 있다. 감사원 안팎에선 이번 감사가 형사 책임을 묻는 수준까지 갈지 용두사미로 끝날지 가를 관건으로 △대북 특수정보(SI) 확인 범위, △자료에 대한 해석 △의사 결정 과정을 꼽는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SI 확인 범위다. 21일 현재 자료 수집 단계인 감사원이 본 감사 착수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민의힘이 요구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만큼 현실성이 크지 않다. 반면 SI는 수사기관 등에 공개한 전례가 없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감사원법상 국방부 장관이 군 기밀을 이유로 거부할 경우 감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방부의 의지와 판단이 향후 감사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감사원이 제한적으로 SI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해경도 2020년 9월 사건 직후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사실 확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해경은 SI 내용의 일부를 확인했지만 전체를 열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SI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당시 해경이 열람한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SI 내용을 일부 확인하는 것으로도 1년 9개월 전 정부 판단의 적절성 여부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논란을 말끔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료 확인이 끝이 아니다. 이후엔 해석과 판단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해경은 사건 직후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국방부 방문을 통해 '북측이 이씨의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I에 이씨의 자진 월북 여부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파편화한 정보 조각으로 자진 월북이라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사건 당시부터 갑론을박이 계속돼 왔다. 해경과 국방부가 지난 16일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고 말을 바꾼 것은 SI가 자진 월북을 판단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는 점에 무게를 두었음을 시사한다. 감사원으로서는 해석 및 판단 영역에 속한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 정부 발표가 적절했는지를 다시 판단해야 하는 난제를 받아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자진 월북 여부에 대한 판단보다는 당시 정부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포착해낼 가능성도 다분하다. 군 당국과 해경 발표 전 충분한 검토 및 보고 여부를 비롯한 의사결정 구조도 감사 대상인 탓이다. 특히 청와대 등 윗선에서 발표와 관련한 압박 정황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향후 형사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경이 이씨의 도박 기간이나 채무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발표로 이씨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