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구 끝까지 쫓아 처벌' 경찰에 "공포정치할건가?"

입력
2022.06.21 10:30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
"사무실 서울 대학로에, 주소·신원 확실"
"여러 경찰서 연락 와 출석 약속 잡는 중"
"지구 끝까지 쫓아올 필요 없어"
"공권력만으로 법과 원칙? 그건 공포정치"
"21년간 장애인 권리 외치며 사법처리도 받아"

장애인 이동권 확보 및 관련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김광호 서울경찰청장)는 경찰에 "공포정치"라고 비판했다. 또 "서울 대학로 쪽에 사무실도 있어, 그럴 필요 없다"며 "여러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라는 연락이 와 약속을 잡고 있다"고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주소와 신원이 확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구 끝까지 가서 찾는 수고는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경찰은 전날(20일)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승강장 출입문에 사다리를 걸치고 시위하는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 활동가를 강제 이동조치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며 "(경찰의) 즉각 조치도 그 연장선에 있다. 사법적 조치가 필요하면 신속한 수사를 통해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강경대응 방침을 내놨다.

이에 박 대표는 "(서울)혜화경찰서, 남대문경찰서, 예전 수원 (경기)도청에서 거리행진한 것까지 해서 전국(경찰서)에서 저를 부른다"며 "요새는 좀더 빈번하게 불러서 차례대로 나가려고 지금 약속을 잡고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지금 정부가 모든 것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고 한다면서도 헌법의 권리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누가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할 건지도 스스로 자문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 명시된 권리조차도 무시되는 대한민국 사회는 여야 관계없이 정치인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데, 정치인들이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있다"며 "공권력만 갖고 법과 원칙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공포정치를 하시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엄포를 놓으려는 거라(생각된다)"고 비판했다.

또 "저희는 21년 동안 장애인들 권리를 외쳤고 그때마다 사법처리도 받았다"며 "특별하게 지구 끝까지 찾으시니 저희도 특별하게 피할 생각이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저희가 감내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 감당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일방적으로 집행되는 법집행이 과연 정당한가, 정의로운가도 좀 생각해 주시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장애인 권리도 해결을"

전장연은 "기획재정부가 책임 있게 이 예산(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에 대해 이야기할 때까지 저희는 계속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출근길 시위를 이어갈 방침도 밝혔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추경에 관련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요구했고, 윤석열 정부도 인수위 시절 적극 반영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62조 규모로 확정된 추경안에 특별교통수단 등을 조사해보겠다는 정도의 연구비(2억 원)만 반영됐고, 장애인 권리나 교육 등 다른 예산은 거부됐다는 게 전장연 측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기획재정부에 실무협의라도 하자, 그리고 저희가 요구한 예산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수차례 공문도 보내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접촉해봤지만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평소 장애인 예산 증대에 관심이 많았고 실질적으로 (확대)했다고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다"며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조차도 보장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 예산에도 지금까지처럼 자연증액 정도의 예산이 반영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권을 향해서도 "계속 똑같은 방식의 립서비스만 한다"며 "대통령께서도 후보시절에 이야기한 행복추구권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셔야 된다"고 호소했다.

다만 박 대표는 "시민들께는 불편을 끼쳐 무거운 마음으로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