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일주일 새 벌써 세 번째다. 이번에는 당 최고위원회의의 비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반말과 고성을 써가며 갈등이 표출됐다. 이 대표와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배 최고위원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갈등의 계기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이 대표의 결정 때문이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는 "회의가 공개·비공개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비공개 내용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는 현안을 논의하지 않고 안건만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배 최고위원이 즉각 반발했다. 그는 "비공개 회의가 낱낱이 공개되면서 낯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니라, 비공개를 더 철저히 해서 논의를 건강하게 이어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모두발언이 끝날 무렵 비공개 회의를 거부하자, 배 최고위원은 "아니 일방적으로 없애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 대표가 "발언권을 얻고 말씀하라"고 제지했으나 배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의 건전한 기능을 의장 직권으로 어떻게 (중단하느냐)"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이 대표도 "어차피 (발언을) 누출시킬 것 아니냐"라고 응수했고, 배 최고위원은 "본인이 (언론에) 얘기해놓고"라며 맞섰다. 그러자 이 대표는 "내 얘기를 내가 유출했다고?"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자리에 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모양이 좋지 않다, 비공개로 하겠다"고 중재에 나섰지만, 이들은 공개석상에서 반말까지 써가며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재차 언성을 높이며 "두 분 다 그만하세요"라고 했고, 이 과정에서 책상을 '탁' 치고 이 대표의 마이크를 직접 끄기도 했다.
회의가 끝나고도 불꽃은 계속 튀었다. 배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도자다운 묵직하고 신중한 언행과 침묵의 중요성을 이해하면 참 좋겠다"라고 썼다. 이 대표 역시 "문제 사항에 대해 내가 발화했다고 하는 것은 어이가 없고, (본인이) 당황해서 자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의 갈등은 사나흘마다 폭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에 대해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고, 16일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최고위원 추천 인사를 거부한 일을 두고 "졸렬해 보인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이 같은 배 최고위원의 발언이 언론에 계속 보도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가시 돋친 언사가 22일 예정된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에 대한 부담의 표출이라는 시선도 많다. '성상납 의혹'으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윤리위 개최를 두고 "상황에 따라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